신세계, 연거래액 강남점 3조·센텀시티점 2조
롯데百, 지방점포 철수…잠실점 '3조 클럽' 코앞
현대百, '영앤럭셔리…'판교점·더현대서울 '효자'
올해 백화점 3사가 점포 리뉴얼 및 철수, MD 강화 등 여러가지에 변화를 줬다. /사진제공=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올해 백화점 업계는 유독 변화가 큰 한 해였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지방점포를 철수하거나 리뉴얼하고,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주면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새롭게 선임된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가 이끌었던 첫해였던 만큼 업계 CEO 행보의 변화도 컸다.
변수도 많았다. 긴 여름과 짧은 가을 등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갑작스러운 계엄령 사태도 발생했다. 가뜩이나 지갑을 닫고 있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찾아온 또 다른 위기였다. 이런 격변의 상황 속에서도 굳건한 곳은 있었다. 바로 신세계백화점이다. 강남점과 센텀시티점이 각각 연간 거래액 3조와 2조를 달성하며 눈에 띄는 호실적을 냈다.
신세계百, 강남·센텀시티점 '연 거래액 총 5조'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강남점을 비롯해 대구점 등에서 F&B 콘텐츠에 주력했다. 올 초 국내 최대 규모의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와 새로운 형태의 백화점 푸드코트 ‘하우스 오브 신세계’ 등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명품을 소비하기 위해 찾아오는 방문객 수가 정체되자 F&B콘텐츠를 적극 확장해 집객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와 함께 상품 MD 경쟁력도 동시에 강화하며 ‘선순환 효과’를 누렸다.
그 결과 분기 매출은 지속해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801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9% 늘었고, 2분기엔 1조7462억 원으로 2.6% 신장하며 2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찍었다. 3분기 역시 매출액 1조6877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
다만 영업이익은 1분기를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3.1% 늘어난 1137억 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엔 11.2% 줄어든 818억 원에 그쳤고, 3분기에도 4.8% 감소하며 883억 원에 만족해야 했다. 영업이익 감소는 점포 리뉴얼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 간 결과 신세계백화점은 12개 점포 중 2개 점포의 연간 거래액만 5조 원을 돌파했다. 올 초 ‘스위트파크’에 이어 ‘하우스 오브 신세계’ 오픈으로 본격적인 흐름을 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보다 한 달 더 빠르게 연거래액 3조 원을 달성했다.
동시에 부산의 센텀시티점은 연거래액 2조원을 넘어섰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센텀시티가 높은 성장을 이어가며 서울 외 백화점 점포 중 최초로 2년 연속 ‘2조 클럽’에 안착했다.
롯데百, 과감한 결단 '지방 철수·타임빌라스 전환'
롯데백화점은 올해 몇 차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업황이 악화되고 사업 경쟁력이 약화하면서다. 올 초 비효율 점포를 철수하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전국 총 31개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지만 실적이 부진한 지점들이 많아지면서 점포 정리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이 740억 원에 불과한 마산점은 올해 6월 폐점했고, 또 다른 실적 부진 점포인 부산 센텀시티점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운영 중인 분당, 일산, 상인, 포항, 동래점은 건물주인 캡스톤자산운용 등이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성적표를 보면 매출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다소 정체돼 있는 모습이다. 1분기 매출액 8156억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03억 원으로 31.7% 감소했다. 2분기 역시 매출이 8361억 원으로 0.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89억 원으로 9% 줄었다. 3분기엔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축소됐다.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8% 감소한 7533억 원, 영업이익은 8.0% 준 707억 원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백화점은 리브랜딩을 통한 변화에 나섰다. 올해 ‘타임빌라스’를 중장기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설정하고, 미래형 쇼핑몰 사업을 본격화했다. ‘타임빌라스’ 첫 번째 점포로 오픈한 수원점은 기존 면적의 약 70%를 바꾸는 등 롯데백화점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뉴얼을 진행했다.
타임빌라스의 시작은 잠실 롯데월드몰의 성공과도 무관치 않다. 롯데백화점은 2021년부터 롯데월드몰을 운영한 뒤 이후 매년 25%씩 성장했다. 이후 잠실점은 롯데백화점 중에서 1위, 업계에서 2위를 차지하며 롯데백화점의 효자점포가 됐다.
올해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이 있었지만 잠실점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거래액 2조를 돌파한 잠실점은 연내 3조 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이은 두 번째 ‘3조 거래액’ 타이틀의 국내 백화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百, 판교점이 이끌고 더현대서울이 민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이 이끌고 더현대서울이 민다고 할 정도로 두 점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점포 모두 ‘영앤럭셔리’를 콘셉트로 한다.
더현대서울은 올해도 ‘팝업의 성지’답게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개최하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또 MZ세대를 공략한 K-패션 브랜드와 ‘힙’한 신진 브랜드를 소개하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공략했다. 특히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진행한 최대 규모 MD 개편과 ‘고디바 베이커리’ 1호점과 ‘런던베이글 뮤지엄’ 여의도점 입점 등 F&B도 강화했다. 덕분에 더현대서울은 전년보다 한 달 빠른 지난달 초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판교점은 경기 남부 1위를 차지하며 선전하고 있는 점포로, 경기권에서는 유일하게 에르메스 유치에 성공했고, 루이비통 매장은 경기권에서 가장 크다. 이외에도 다양한 신(新) 명품을 입점시키고, ‘핫’한 팝업스토어를 잇달아 개최하며 고객층 다변화에 힘을 줬다. 특히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큰 규모의 F&B 매장을 조성한 만큼 먹거리와 쇼핑콘텐츠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려놨다.
올해 현대백화점은 1분기 매출 5936억 원, 영업이익 1031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 8.3% 증가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3.0% 늘어난 6119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영업이익은 18.3% 증가한 710억 원을 기록했는데, 경쟁사인 신세계와 롯데가 이 기간 나란히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호실적이다. 3분기에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1%, 11% 감소하며 5683억 원, 710억 원에 그쳤다.
현대백화점 역시 백화점 성장 정체에 따라 매출 하위 점포에 변화를 줬다. 올해 9월 실적이 부진한 부산점을 리뉴얼해 ‘커넥트 현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백화점의 프리미엄과 아웃렛의 가성비를 살려 만든 지역맞춤형 복합쇼핑몰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오픈 예정인 충북 청주 신규 점포를 포함해 커넥트 현대 모델 추가 확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업계에서 10위권 내 가장 많은 상위매출 점포를 보유한 백화점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5위 판교점 ▲7위 무역센터점 ▲8위 압구정 본점 ▲9위 더현대서울이 이름을 올렸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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