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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AI 소프트웨어 ‘넘사벽’…엔비디아 대항마 [미장 보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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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


미국 유명 투자 프로그램인 CNBC ‘매드머니(MAD MONEY)’.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제해설가 짐 크레이머(Jim Cramer)는 12월 16일(현지 시간)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y·PLTR)를 두고 ‘Cult Stock(미친 주식)’이라고 했다.

팔란티어 주가는 연초 24달러에서 최근 74달러로 3배 이상 뛰었다. 주가 상승분만으로도 ‘미쳤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하지만 짐 크레이머는 아직도 고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그는 “팔란티어 주가는 전통적인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때때로 쓸모없다는 교훈을 ‘잔혹하게’ 새겨줬다”며 “관습에 도전하는 주식을 찾는 일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팔란티어를 향한 애정은 서학개미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그를 전폭 후원해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덩달아 힘을 얻게 됐다. 이 때문인지 테슬라 주가는 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서학개미의 테슬라 사랑도 뜨겁다. 하지만 최근 들어 테슬라를 이긴 숨은 승자 기업이 팔란티어다.

팔란티어에 대한 최근 몇 달간 매수세는 거침없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1월(10월 30일~11월 29일) 미국 개별 종목 중 팔란티어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는 1억9394만달러에 달한다. 12월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12월 첫 주(결제일 기준 12월 9~13일) 순매수 규모가 2억4400만달러로 폭증하며 또다시 테슬라를 밀치고 순매수 상위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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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프트웨어 선두 주자로 공공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팔란티어는 엔비디아를 이을 AI 시대 스타로 주목받는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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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 공동 창업한 피터 틸 설립

美 CIA·국방부 등 공공 영역 장악

한 해 200% 넘는 수익을 냈다면 더 이상 숨겨진 보석주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팔란티어는 향후 주가를 좌우할 ‘미래 호재’가 적지 않다.

팔란티어는 AI 데이터 분석 기업이다. 회사 이름은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불멸의 천리안 수정구’를 뜻한다. 어디서나 과거나 미래를 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고경영자는 피터 틸(Peter Thiel)과 알렉스 카프(Alex Karp)다. 둘은 1968년생 동갑내기로 스탠퍼드 법학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다. 피터 틸은 일론 머스크와 함께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페이스북 창업 초기 50만달러를 투자해 수천만달러 수익을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알렉스 카프 역시 독특한 리더십으로도 주목받는다. 밝은 색상 운동복을 입고 무술을 연습하며, 태극권을 차고, 루빅큐브를 3분 이내에 푸는 독특한 개성으로 ‘록스타 CEO’라는 별명을 얻었다.

팔란티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투자 부서인 인큐텔(In-Q-Tel)의 초기 지원을 받아 국방부, 연방수사국(FBI), 덴마크 경찰 등 정부기관과 계약을 맺으며 성장해왔다. 최근 들어선 AI 열풍과 함께 민간 기업에서 주문이 쏟아진다. 지난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난 7억2550만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1억4400만달러로 창사 이래 사상 최고치다. 2024년 매출 전망치도 시장 전망치(27억6000만달러)보다 높은 28억1000만달러로 올려 잡았다.

팔란티어 가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명확히 나타났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드론 기술로 성과를 내고 있는데, 팔란티어는 우크라이나의 AI 드론 개발에 관여하며 AI를 활용한 전술에 기여한다고 알려졌다.

팔란티어 주가 상승을 이끄는 호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론 머스크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새로 신설된 효율성부(DOGE) 수장으로 일론 머스크가 내정됐다. 정부효율성부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연방기관을 구조조정하며 관료주의를 해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 밖에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협조를 받아 전에 볼 수 없던 기업가적 접근을 시도하겠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는 국방부와 교육부, 의료 부문 등에서 정부 예산과 인원 감축에 나설 계획인데, 시스템 자동화 부문에서 AI 소프트웨어가 핵심일 수밖에 없다.

팔란티어 강점은 그간 쌓인 기술력과 인증에 있다. 미국 공공기관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려면 반드시 국가 규정에 부합한다는 ‘인증(certification)’을 받아야 하는데, 공공기관 중에서도 특히 국방부와의 관계가 깊은 팔란티어는 소프트웨어 기업 중 가장 많은 인증을 받았다.

팔란티어의 ‘연방클라우드서비스(Federal Cloud Service)’는 비밀 수준까지의 기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Impact Level 6(IL6)’ 인증을 받았다. 또한, Microsoft Azure상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 ‘FedRAMP’ 인증을 비롯해 국방부 ‘Impact Level 4(IL4)’ ‘Impact Level 5(IL5)’ 인증을 획득했다. 이런 인증들은 트럼프 2기 정부에서 팔란티어가 공격적으로 공공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가 록히드마틴사의 전투기 F-35를 비판하며 드론 전쟁이 ‘미래의 전쟁’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팔란티어에는 기회로 해석된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 소프트웨어로 실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팔란티어는 기존 데이터 분석·AI 자동화 솔루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LLM)’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2025년까지 LLM 모델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으로, 이를 통해 AI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클라우드·방위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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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엔비디아 기대주

월가에선 목표주가 지속 상향

팔란티어 주가 흐름은 엔비디아를 연상시킨다. 지난 11월 50% 가까이 올랐고 2024년에만 300% 넘게 올랐다. 올해 기준으로 200%에 못 미친 엔비디아를 능가한다. 엔비디아가 반도체 중심의 AI 투자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면, 팔란티어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중심 AI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피터 틸 CEO는 “AI에서 벌어지는 돈의 80~85%를 엔비디아가 창출하고 있다고 하는데 매우 이상한 상황”이라고 말한 적 있다. 그의 말대로 시장에서는 팔란티어를 증시에서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를 깰 ‘포스트 엔비디아’로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기술주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웨드부시(Wedbush)의 분석가 다니엘 아이브스는 팔란티어 목표 가격을 57달러에서 75달러로 올렸는데 이미 목표가에 다다랐다. 투자의견은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으로 제시했는데 웨드부시는 꾸준히 팔란티어 목표주가를 올리는 중이다. 그는 리서치 노트에서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분야가 ‘AI 파티에 참여할 때’가 왔다”며 “2025년 대규모 언어모델이 전반적으로 출시되면서 기업 소비 단계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성 AI 채택이 소프트웨어 부문의 주요 촉매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팔란티어에 대해 ‘올해의 게임체인저(신한투자증권)’ ‘빅데이터 시장의 배트맨(키움증권)’ ‘꽉 찬 육각형(미래에셋증권)’ 등 제목의 호평 보고서가 이어진다.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생성 AI가 이끈 서프라이즈가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팔란티어는 1) 생성 AI 플랫폼 기술력(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 2) 데이터 관리 기술 능력 3)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 확보 4) 오랜 기간 쌓인 전 세계 공공기관 레퍼런스 5) 지속적인 제품 혁신 6) 효율적인 AIP 제품 교육 영업 등 6가지가 조화롭게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병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7월 공개된 트럼프 AI 행정 명령은 AI 기반 글로벌 감시망과 자동화 방어 시스템 구축으로 방위 역량을 키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잠재적인 적대국에 대한 AI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 수혜주가 팔란티어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0호 (2024.12.25~2024.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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