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정치 언급 않겠다 서약 거부…시민·관객 안전 고려”
이씨 측 “표현의 자유…팬들에 대신 사과” 법적 대응 예고
구미시가 이승환씨 측에 보낸 서약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북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씨의 데뷔 35년 기념 콘서트를 이틀 앞두고 공연장 대관을 돌연 취소했다. 이씨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정치적’ 발언을 이어와 시민·관객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경찰력 동원 등으로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콘서트를 취소시킨 것은 정치탄압이자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씨도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구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일로 예정된 이씨의 콘서트 대관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지난 20일 이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다”며 “하지만 이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했다. 이어 “지난 10일 이씨 기획사에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다. 그런데도 이씨는 지난 14일 수원 공연에서 ‘탄핵이 되니 좋다’며 정치적 언급을 했다”면서 “문화예술회관의 설립 취지, 서약서 날인을 거절한 점, 예측할 수 없는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대관을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구미시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이씨에 대한 정치탄압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조근래 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국회·광화문 탄핵 찬반 집회는 안전상의 이유가 없어서 허가됐느냐”며 “구미만 비상계엄 상황인가”라고 지적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안전사고가 우려되면 경찰과 협의해 해결하면 될 문제”라며 “공연을 할 자유, 공연을 볼 자유 모두 침해당했다”고 짚었다.
이씨는 입장문에서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대관 취소 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공연 참석자들에게 공연 반대 집회 측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하고 집회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도 삼가달라 요청을 드렸다. 또 현장 경호 인력을 증원하기로 하고 이를 통지했다”며 “구미시 측은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다.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다. 안타깝고 비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팬들이 피해를 입었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날 공연을 기대했던 일상이 취소됐다. 대신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시 자유게시판에는 ‘이제 누가 구미에 공연하러 오겠느냐’ 등 비판 의견과 대관 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취소 잘했다’ ‘좌파 문화마르크시즘 막아줘서 고맙다’는 글도 올라왔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