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내년에도 상승기조 이어가
대체수단 없는 수출기업 부담 가중
국내 기업들 "내년 수출 1% 성장 그쳐"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 등으로 한국 경제를 받치고 있는 제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올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기업들은 내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으로 관세 및 해상운임 상승 우려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깊어질 전망이다.
◆해상운임 상승 부추기는 美 관세정책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1월 993p에서 이달 2384p로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해상운임이 내년에도 상승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운임 상승 전망 근거로는 △중동사태 장기화 △글로벌 선사의 선복 공급 조절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 증가 등이 꼽힌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트럼프 당선자의 '보편적 관세' 대선 공약을 실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해상운임의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정책이 중국에 집중되면서 중국도 보복 차원으로 물량 밀어내기를 통해 컨테이너를 선점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지난 5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한 이후 SCFI는 2306p에서 7월 3733p로, 2개월 만에 약 62% 급등한 바 있다.
해상운임 상승은 항공 운송 전환 등 대체수단 확보가 어려운 석유제품,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가전 등 수출산업들에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주요국으로 향하는 해상 수출 운임비용은 지난해 대비 두 배가량 웃돌고 있다.
글로벌 가전업계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과거에도 '물류대란' 악몽을 겪었던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운반비(물류비)는 올 들어 3분기까지 2조148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원가량 늘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약 3000억원 증가한 2조2874억원을 기록했다.
김이권 LG전자 H&A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지난 10월 진행된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지정학적 이슈로 하반기 지역별 해상 운임을 계약하면서 주요 선사의 해상운임이 인상됐다"며 "전년과 비교해 손익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미국 러브콜에 대미 투자 늘렸는데… 고환율 날벼락
치솟는 환율도 기업들의 내년 경영활동에 있어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 초만 해도 1300원대를 기록했던 환율은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상승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 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비상계엄 선포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등 불안한 국내 정국과 미국 통화정책 전환이 겹치면서 최근에는 1450원을 돌파했다.
환율 상승은 수출 위주인 기업에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반도체 등 제조 과정에서 원재료나 장비 등을 해외서 수입하는 기업들에게는 수익성 부진으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러브콜'로 대미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공장 건설은 물론 향후 장비·설비 반입,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미국의 관세정책도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직전인 지난 10월 말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대담에서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주는 대신 수입 반도체에 세금을 부과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는 멕시코를 겨냥한 '관세폭탄'을 예고하기도 했다.
각종 악재가 쌓이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들은 내년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4%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부담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30.2%)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11.1%)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세계경제 둔화와 주력 업종 경쟁력 약화로 내년도 수출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경우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주경제=이성진·황진현 기자 lees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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