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 재산권 보호, 주식시장 신뢰 회복 첫 걸음"
"두산에너빌리티가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지배주주로부터 좀 더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이 무산됐지만 이사회 독립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을 두고 반대 의견을 제시해 왔다.
이와 함께 점차 심화돼 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대주주가 아닌 일반주주의 기본적인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라는 것이다.
올 한해 주식시장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한국 증시를 퀀텀 점프 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한해를 정리하는 12월 코스피, 코스닥 시장은 주요국 가운데 수익률 '꼴찌'에 머무르며 오히려 디스카운트가 심화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안이 무산됐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안은 다수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과 투자자들이 지적했듯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 해소를 위한 이사회의 절차적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분할합병안이 결과적으로 철회된 것은 다행이다. 앞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성장을 위한 투자금 조달은 주주 간 이해상충이 없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사회가 지배주주로부터 좀 더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산밥캣에서는 두 차례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주주환원율의 정상화를 골자로 하는 밸류업 플랜 발표, 이사회 독립성 강화, 미국 상장 등을 요구해 왔다. 지난 16일 두산밥캣이 발표한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한 중장기 성장 전략, 2000억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주주환원율 40%로 상향 등 밸류업 계획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환영한다. 다만 여전히 글로벌 동종기업 평균 주주환원율(65%) 대비는 크게 낮은 수준이고, 미국 상장에 대한 입장이나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승인한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조치가 포함돼 있지 않은 등 부족한 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두산밥캣의 미국 상장을 주장하고 있는데.
"두산밥캣의 장기적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미국 상장이 필요하다. 두산밥캣은 최근 5년간 북미 매출 비중이 평균 73%에 달하며, 연구개발(R&D) 인력과 생산시설의 절반이 북미에 위치한 사실상 미국 기업이다. 미국 상장을 통해 주요 사업지와 상장지를 일치시키고 글로벌 투자은행의 리서치 커버리지에 포함되어 투자자 이해도를 높이고,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에 편입돼 막대한 패시브 투자금을 유치함으로써 투자 수요를 창출해 두산밥캣의 밸류에이션을 북미 동종기업과 유사한 수준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영국 퍼거슨(Ferguson)의 사례를 보면 주요 상장지를 미국으로 변경한 2022년 5월 22일 이후 2024년 11월 15일까지 영국 동종 기업군(-22%) 및 미국 동종 기업군(44%) 대비 유의미한 주가 상승률(69%)을 기록했다. 두산밥캣은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활용하여 더 적극적으로 M&A를 통한 성장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원인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구조적 이해상충이 있는 가운데 투자자에 대한 법적 보호 미비로 지배주주에 의해 선임된 경영진들이 회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배주주에게만 이익이 되는 행위를 한다는 점이다. 일반주주에게는 손해가 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쪼개기상장(분할합병)뿐만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유상증자, 주식연계채권 발행, 자사주의 사적 활용 등 다양한 방식이 개발되고 활용돼 왔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지배구조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도입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이 가장 시급하고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선출한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듯 주주가 투표를 통해 선출한 이사회는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상법과 판례는 이사는 회사에만 충실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해 당연한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
이는 지배주주에 의해 선임된 기업 경영진이 회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배주주에게만 이익이 되고 일반주주는 손해를 보는 의사결정을 내려도 괜찮다는 결론으로 이어져 왔다. 이사들이 회사 및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일하도록 충실의무를 확대함으로써 일반주주의 기본적인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면 이것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 금융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평가해달라.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해결이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했고 관련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에 이해관계 상충이 존재하고, 기본적인 투자자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업들에게 자율적으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도록 권고하는 프로그램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금융주 등 지배주주가 없는 분산소유기업이나 지배주주 지분율이 낮은 일부 기업들 위주로만 실효성 있는 밸류업 계획이 발표됐던 것은 그런 이유다."
아주경제=장수영 기자 swimmi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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