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목)

[조수정 칼럼] 트럼프 2기 '외국인투자 심사' 강화와 우리의 대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주경제

[조수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트럼프 당선자가 내년 1월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게 되면 통상정책 수단으로 관세를 가장 많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을 되돌아보면 사실 통상정책 수단으로 많이 사용된 것은 수출통제 및 외국인투자 심사와 같은 교역과 투자에 대한 수량 규제이다. 트럼프 1기 시절인 2018년 8월 13일에 수출통제개혁법(ECRA: Export Control Reform Act)과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 : Foreign Investment Risk Review Modernization Act)이 의회를 통과하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활발히 사용되면서 이 두 수단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대표적 통상정책 수단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특히 미국의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외국인의 투자에 대한 심사는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세계 각국은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으나, 다른 한편으로 모든 외국인 투자 유치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 기업을 인수합병한다거나 국가안보 관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이는 투자는 심사를 통해 제한하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의 선진국 기업 M&A 사례가 급증하고 미중간 기술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의 외국인투자 심사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외국인투자 심사는 재무부, 상무부 등 16개 부처 대표로 이루어진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s in the United States)가 실시하는데, 동 위원회는 1975년 설립되었으나 실제 이 위원회 기능이 대폭 강화된 것은 트럼프 1기에서 FIRMMA가 통과된 이후이다. 이전의 CFIUS는 외국인이 지배적인 지분을 확보할 경우에만 심사대상으로 하였으나, FRIMMA 통과 이후 외국인이 핵심 기술(critical technology), 핵심 시설(critical infrastructure), 민감한 개인 정보(sensitive personal data) 분야의 미국 기업 지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면 심사 대상에 포함되도록 심사대상을 확대하였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도 이러한 외국인투자 심사가 지속되고 강화되었다. 2022년 9월 미국은 CFIUS에 대한 첫 번째 공식 대통령령인 '행정명령 14083호'를 발동하여, CFIUS가 외국인투자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공급망, 첨단기술, 투자 동향,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 5가지 요인을 고려하라는 지침을 담았다. 또한 같은 해 10월 20일에 'CFIUS 집행 및 처벌에 관한 지침'을 통해 기업이 의무신고규정을 위반하거나 시정명령을 어겼을 때 CFIUS가 동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였다. 이로 인해 CFIUS 심사 사례는 2014년 52건에서 2022년 163건, 2023년 128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은 케이스는 2023년 12월 일본제철이 미국의 US스틸을 141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CFIUS 심사를 요청한 건이다. 세계 4위의 철강사인 일본제철이 미국의 3대 철강사이지만 적자로 어려움을 겪어 현재 세계 27위 철강업체로 내려앉은 US스틸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은 발표 당시부터 크게 주목을 받았고 미국 대선 과정에서 양당 후보 모두의 반대에 직면하였다. 이에 일본제철은 CFIUS 결정을 선거 후로 미루기 위해 기존 심사 신청을 취소하고 지난 9월 CFIUS에 재신청하였으며, CFIUS 최종 심사 결과는 12월 말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전체 주식 인수가 CFIUS의 심사 대상이 되는 이유는 외국인의 지배적 투자가 심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당선자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무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러한 외국인투자 심사제도는 트럼프 2기에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발표된 공약에 따르면 공화당은 중국의 미국 부동산 및 산업 매입을 전면 금지(stop China from buying American Real Estate and Industries)하겠다고 하고 있고, 트럼프 1기에서 통상대표(USTR)를 지낸 라이트하이저는 11월에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를 통해 외국인투자에 대해서 자본 접근료(capital access fee)를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아 향후 CFIUS 심사가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에 CFIUS가 안보를 이유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하게 되면 미국과 우호적 관계에 있는 국가의 기업들도 CFIUS 심사에 더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외국인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상황은 우리나라와 관련해서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영향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에 의하면 미국은 한국의 제 1위 투자대상국이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반도체법 등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향유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크게 증가하였다. CFIUS는 접수된 사건을 연례적으로 의회에 보고하는데 동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접수건수는 2020~2022년 3년간 총 29건으로 전체 7위이다. 최근 한미 정상간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자는 조선업 협력을 먼저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배경에는 지난 6월 20일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Philly) 조선소 지분 100%를 1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이 있었고, 동 계약 역시 CFIUS 심사 대상이 되었다. 아직 완전히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나 CFIUS 심사는 통과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의 핵심 인프라 시설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가 안보 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도 향후 미국 투자 시 CFIUS 심사에 대해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측면은 한국의 국내 제도 개선 부분이다. 한국은 그간 외국인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었으나, 글로벌 추세에 맞추어 무분별한 투자 유치보다는 경제 안보 문제와 기술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외국인투자를 심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계 기업이 미국 증시에도 상장되어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을 인수하려다 미국 CFIUS 심사에서 통과되지 못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한국도 외국인투자 심사 제도를 보다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 8월 외국인 투자 촉진법 및 시행령에 근거를 둔 외국인투자 안보심의절차가 마련되어 운영 중인 것은 긍정적이며, 앞으로도 이를 보다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 학사 ▷미국 컬럼비아대학 국제대학원 석사 ▷고려대 법학 박사 ▷WTO 보조금 위원회 상설전문가그룹 위원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주경제=조수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