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소비자심리지수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
탄핵 정국의 소비자심리지수 추이/그래픽=윤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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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우리 경제가 '계엄 청구서'를 본격적으로 받아 든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COVID-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수 수준 자체는 2022년 11월(86.6) 이후 최저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가운데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 지표다. 장기 평균치(2003~2023년)를 기준값 100으로 두고 100보다 높으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고 본다. 계엄과 탄핵 정국을 반영한 CCSI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소비심리 위축은 예견된 결과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발령 후 연말로 예정된 송년회 등이 취소되는 등 경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후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번 탄핵 정국의 소비심리 위축은 8년 전 탄핵 정국보다 심각하다. 2016년 10월 102.7이었던 CCSI는 국정농단 논란이 불거지자 그해 11월 96.0으로 하락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2월 CCSI는 94.3으로 떨어졌고, 2017년 1월 93.3까지 내려갔다. 이번처럼 80대까지 내려가진 않았다.
CCSI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뉴스심리지수도 상황은 비슷하다. 계엄 발령 당일인 지난 3일 92.82를 기록했던 뉴스심리지수는 지난 11일 77.47까지 떨어졌다. 경제 분야 기사에 나타난 경제 심리를 지수화한 뉴스심리지수 역시 100보다 크면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인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뉴스심리지수는 CCSI보다 1개월, 주요 실물 경제 지표보다 1~2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주가와 환율을 제외한 '계엄 청구서'의 속보성 지표는 소비심리를 시작으로 신용카드 사용액 등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달 전체적인 신용카드 사용액 추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산업 전반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 이번 달 산업활동동향은 내년 1월 말에야 공개된다.
정책 당국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수습 절차 측면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평가한 것처럼 소비심리가 시차를 두고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CCSI 조사 기간에 주목하고 있다. CCSI 조사가 이뤄진 건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다. 지난 7일 탄핵소추안 폐기 후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시기상 소비심리에 '쏠림'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행지표인 뉴스심리지수는 지난 11일 저점을 찍었고, 지난 16일 83.35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소비심리를 비롯한 주요 경제 지표가 계엄과 탄핵 정국의 악영향에서 당장 벗어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부총리도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내수는 당초 전망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최근 정치적 상황 때문에 심리가 위축된다고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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