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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혼다·닛산 통합...중국발 구조조정 맞은 日, 한국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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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23일 일본 도쿄에서 합병 추진 기자회견을 열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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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업체의 부상으로 자동차 산업이 큰 변화를 맞았다. 우리가 2030년까지 그들과 싸울 수 있는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패배하게 될 것이다.”(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해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데, 판매 점유율을 늘리는 것만으론 100년에 한 번인 변혁기를 살아남을 수 없다”(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과,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23일 열린 합병 추진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을 각각 이렇게 진단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부상하면서 일본 자동차업계가 생존을 위한 변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21년 세계 판매량 순위 6·7위를 차지했던 혼다와 닛산은 지난해 7·8위로 한 계단씩 내려앉았고, 특히 전기차 시장에선 두 회사 모두 ‘톱 10’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올해 1~9월 세계 전기차 1위 비야디(BYD·22.3%)와 2위 테슬라(11%)는 이 시장의 3분의 1가량을 나눠 차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자동차산업의 역사는 비교가 안된다. 닛산의 모체는 1914년 설립된 카이신샤자동차공업이고, 혼다는 1946년 오토바이제조사로 출발했다. 반면 BYD는 2003년 중국 국유기업이던 시안진촨자동차를 인수해 2005년 첫차인 ‘BYD F3’를 내놓으며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11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차 닛산이 19년밖에 안된 BYD에 까마득하게 뒤쳐지고 있는 것이다. 닛산의 연산능력은 2020년 700만대였지만 현재 500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달엔 생산능력 20% 추가감축과 직원 9000명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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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난성의 비야디(BYD) 공장에서 차량 생산을 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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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닛산이 최종 합의 데드라인으로 삼은 건 내년 6월. 두 회사의 합의 절차가 잘 마무리될 경우 2026년 8월 새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닛산이 최대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는 내년 1월 합류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미베 혼다 사장이 “솔직히 말하면 성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또 두 회사의 통합에 대한 부정적 미래를 예측하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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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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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은 “절박한 움직임”이라면서도 “솔직히 두 회사가 시너지를 찾기 어려운 만큼 실용적 거래가 아니다”라고 블룸버그TV에 밝혔다. 두 회사가 동일한 시장에서 비슷한 브랜드·제품군을 판매하는 만큼 합병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선우명호 고려대 자동차융합학과 석좌교수도 “혼다·닛산의 현재까지의 퍼포먼스를 보면 연구개발(R&D) 경쟁력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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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야적된 모습.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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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뿐 아니라 한국 모빌리티업계도 중국의 빠른 추격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수출경쟁력(첨단산업무역특화지수) 분석에서, 모빌리티산업의 격차는 2014년 75.6포인트(한국 67, 중국 -8.6)에서 올해(1~8월) 6.3포인트(한국 61.7, 중국 55.4)로 줄었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이미 국내 일부 자동차업체가 중국계 차량제조사 플랫폼으로 차량 개발과 생산에 나서고 있다”며 “자칫하면 한국의 제조기지가 중국 차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게이트웨이로 사용될 우려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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