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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지하철역 붕괴참사가 불 질렀다…세르비아 8주째 반정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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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면서 발칸 반도 정세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지난달 초 부실 공사에 따른 지하철역 붕괴 참사로 시작된 시위는 집권당의 친러시아 노선에 대한 불만 등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슬라비야 광장은 약 2만9000여명(세르비아 정부 추산)의 시위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지난달 1일 세르비아 '제2의 도시'인 노비사드시에서 기차역 지붕 붕괴로 6세 소녀 등 15명이 숨지는 등 참사가 발생하자, 사고의 원인이 "정부의 부정부패 때문"이라며 정권 퇴진 시위에 나섰다. 첫 시위 이후 8주째를 맞으며 시위대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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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밤 수만 개의 불빛으로 가득 찬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슬라비야 광장의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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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붕괴 사고가 발생한 기차역은 1964년에 지어져 노후화가 심각했다. 최근 3년간 보수 공사를 마친 뒤 재개장했는데, 이후 넉 달도 안 돼 참사가 일어났다. 이와 관련, 시위대는 "중국 국영 기업이 참여한 정부의 철도 현대화 프로젝트 일환으로 기차역을 두 번이나 개조했는데, 그 과정에서 부실 공사가 있었다"며 "그런데도 수사 대상으로 체포됐던 고위 관료 등 13명 중 일부가 풀려나는 등 정부의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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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배오그라드에서 일어난 정부규탄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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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과 야당 연합은 ‘거리로 나와 불의에 맞서자’는 내용의 팻말을 든 채 “도둑들”,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를 체포하라”, “당신(부치치) 손에 피가 묻어 있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한 시위 참가자는 AFP통신에 “정부는 학생들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며 “이 비극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재판에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비아의 인기 연예인들이 시위에 참여하면서 국민적 관심도 높아졌다. 배우 바네 트리푸노비치는 이번 시위를 “자유의 축제”라며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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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불의에 맞서’라는 글귀와 빨간 핸드프린팅(손자국)이 담긴 팻말을 든 채 “도둑들”,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를 체포하라”, “당신(부치치) 손에 피가 묻어 있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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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치에 대한 불만 반영”



정부도 강경 진압에 나서는 분위기다. 당초 부치치 대통령은 "야당이 학생들을 동원해 시위를 벌였다"며 경찰에 시위 참가자 전원을 체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하자, 부치치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원 사면과 수사 자료 공개"를 약속했다. 그래도 반발이 계속되자, 부치치 대통령은 이번엔 "시위 참가다는 기소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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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의 시위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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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는 이번 시위의 배경과 관련해 “부치치의 독재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2017년부터 집권한 부치치 대통령과 여당인 세르비아혁신당이 공식적으론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면서도, 러시아와 전통적인 관계를 중시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위주의를 용인하는 등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세르비아 야권은 "정부의 만연한 부패, 조직범죄와 유착, 연고주의, 과도한 관료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정권 퇴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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