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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현대차 '중국 매출' 90% 줄었는데…토요타, 다시 대륙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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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네바모터쇼에 설치된 토요타 부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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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중국에 전기차(EV)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현지 회사와 합작하지 않고 단독으로 지은 공장에서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의 EV를 생산할 계획이다. 최근 닛산과 합병을 발표한 혼다도 중국 내 EV 생산 공장 가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전 세계 시장을 침투하는 중국산 EV의 ‘본진’인 중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회복을 노리는 모양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토요타는 중국 상하이에 EV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중국 당국과 최종 조율 중이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은 디이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등 현지 업체와 합작해 만든 기존 공장과 달리 토요타가 단독으로 건설과 운영을 맡는다. 해당 계획이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는다면 외국 기업으로선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이어 두번째 사례다. 주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던 기존 공장과 달리 렉서스의 EV를 전담 생산할 예정이다.

또 다른 일본 자동차 업체인 혼다도 지난 23일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EV 생산에 특화한 공장의 가동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10월 후베이성 우한에서도 EV 전용 공장 가동을 발표한 바 있어 중국에서 연산 24만대의 EV 생산 체제가 갖춰졌다.

혼다의 광저우 공장은 국유 자동차 대기업 광치와 협업으로 가동해 온 ‘광치 혼다’의 EV 버전을 생산한다. 연 생산 능력은 12만대. 혼다는 다목적 스포츠차(SUV) EV 'e:NP2'를 생산한다. 혼다는 또 국유자동차 대기업인 둥펑 그룹과 개발한 공동브랜드 ‘둥펑 혼다’와 함께 2027년까지 10개 EV 차종을 중국 시장에 투입한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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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토요타가 자사 렉서스 브랜드의 새로운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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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 업계가 중국 내에서 EV 생산에 나서는 건 부진에 빠진 중국 시장에서 반전 카드로 삼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NHK는 “중국 시장에서 EV 보급 확산으로 가격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내연기관 차량 중심인 일본 업체는 판매부진이 계속돼 생산 체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벌여왔다. 닛산은 지난 6월 창저우 승용차 공장을 폐쇄했다. 혼다의 합작사 광치혼다는 지난 10월 연산 5만대 규모의 내연차 공장을 폐쇄했고, 광치혼다·둥펑혼다는 올해 희망퇴직도 진행했다. 미쓰비시는 지난해 광저우자동차와 합작 사업을 중단하고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규모 1·2위를 다투는 중국 자동차 시장을 좌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히려 중국 내에서 급속히 진행되는 'EV시프트(EV 전환)' 흐름을 타고 반등을 노리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EV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토요타는 중국 시장이 향후 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V) 업계를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공장 건설에 나서는 것”이라고 전했다. 부진한 중국 시장에서 렉서스 판매만이 2023년 전년 대비 3%가 증가한 점도 토요타가 렉서스 EV 투자에 나서는 배경이다.

중국의 EV 생산 인프라를 높게 평가한 측면도 있다. 닛케이는 “EV 보급이 급진전되고 있는 중국에서는 현지 업체의 벽이 높지만, 관련 공급망이 잘 갖춰져 있어 부품 조달이 용이하다는 이점이 크다”고 전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토요타가 중국내 전기차 공장을 세우는 건 중국만이 아니라 생산기지가 부족한 유럽까지 전기차를 공급하려는 노림수”라며 “전기차 생산 경쟁력에선 중국이 자신보다 낫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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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경기침체가 고민인 중국도 일본의 투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고부가가치 시설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싶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자본 유치를 위해 EV 등 신에너지차(NEV)에 대해선 외국 기업이 의무적으로 현지 중국 기업과 합작하지 않고 단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같은 해 테슬라가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중국 내에 독자 전기차 공장 가동에 나섰다. 닛케이는 “중국 당국은 렉서스 EV 공장 건설을 계기로 해외 자동차 업체 투자를 적극 유치할 생각이 있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동맹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소 명예원장은 최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가 안보를 의존하는 동맹국들을 질책함에 따라 중국은 이들 국가와 협력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측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한국 자동차 업체에도 자극을 주고 있다. 현대차는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BHMC)와 중국 현지에 공장 3곳을 가동 중인데, 지난 2016년 114만대이던 중국 내 생산·판매량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사태 등을 거치며 급감했다. 올해 1~10월엔 10만대 선으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현대차도 반전을 위해 중국 현지에서의 EV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2일 현대차와 BHMC는 각각 절반씩 부담해 총 10억9546만 달러(약 1조5700억원)를 중국 현지 EV 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박철완 교수는 “토요타보다 EV 기술 개발에 먼저 나선 현대차는 고급화 전략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토요타와 달리 거의 모든 차종을 EV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다양화 전략으로 승부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이승호·고석현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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