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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한덕수 탄핵 '치킨게임'... 26일까지 버티면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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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제시한 '특검 공포' 데드라인에
韓 대행 "여야 머리 맞대야" 결론 미뤄
우원식 "문제 있으면 절차 밟으라" 결단 촉구
민주당 "헌법재판관 임명 보겠다" 압박
한국일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주한일본상공회의소)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한 뒤 통역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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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으로 치닫는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24일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을 놓고 "국회가 해법을 마련해달라"며 여야에 정치적 해결을 주문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으로 맞섰다.

민주당은 26일까지 이틀의 시간을 줬다.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인데, 한 권한대행이 그때까지 임명을 거부하면 늦어도 다음날 본회의 전까지는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탄핵안을 27일 본회의에 보고하면 늦어도 30일까지 표결을 거쳐야 한다.

한 대행의 탄핵안마저 가결되면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도 직무가 정지되는 유례없는 사태를 맞는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며 한 대행의 결단을 촉구했지만 응답은 없었다.

"정치적 견해 충돌" 떠넘긴 韓, 탄핵 나선 민주당


한 대행의 국무회의 발언이 논란을 키웠다. 한 대행은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민주당은 곧장 탄핵 절차를 예고했다. 이재명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고 내란 세력을 비호할 생각밖에 없어 보인다”며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 사유로 5가지를 꼽았다. 불법계엄 당시 총리로서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을 ‘가담행위’로 봤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건의, 윤 대통령 탄핵 이전의 ‘한동훈-한덕수 체제’도 사유로 적시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에는 국회가 요구한 상설특검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헌법재판관 임명도 거부한 점을 추가했다.

정부 "유감, 신뢰 무너질 것" 우원식 "책무 수행해야"


정부는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유감을 표명했다.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체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신뢰를 잃게 되면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것”이라며 “대외신인도 문제로 나타나고,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이 주어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의 혼란을 만들지 않는 길”이라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요구했다. 특검법을 다시 국회로 떠넘긴 것을 두고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정식으로 국회로 다시 보내면 될 일”이라며 “재의요구든 수용이든 대행이 판단할 일을 미루기 위해 ‘견해의 충돌’이라고 왜곡하는 것은 국회 의사결정의 무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이재명(앞줄 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공포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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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해석 두고 논쟁 불가피… 최상목 협조도 관건


민주당은 그간 한 대행을 향해 탄핵을 압박하면서도 실제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한 대행이 19일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도 '마지막 경고'라고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하는데 따른 국정 불안 우려가 컸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렇다고 그가 한 대행과 달리 특검 공포나 헌법재판관 임명에 협조할 것으로 장담하기도 어렵다.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 논란도 말끔히 가시지 않았다. 권한대행 탄핵에 대통령에 준하는 200명 찬성(재적의원 3분의 2)이 필요한지, 아니면 총리 탄핵안에 적용되는 151석(재적의원 과반)이면 충분한지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우 의장은 "1차적 판단은 내가 한다"며 국회 입법조사처가 해석한 '151석 기준'에 무게를 실었다. 이 경우 범야권 의석수(192석)로 가결에 문제없다. 반면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27일 탄핵안 보고… 헌법재판관 임명 보겠다"


하지만 한 대행이 끝까지 버티면서 민주당은 당장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 대행을 향해 "특검법 공포 거부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지령을 그대로 따른 것”(조승래 수석대변인)이라고 비난했다. '탄핵이 만장일치 당론'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다 두 시간 만에 입장을 바꿨다. 26일까지 지켜보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상설특검 추천의뢰, 김 여사 특검·내란 특검 즉시 공포, 헌법재판관 의결 후 지체없는 임명 등 3가지를 요구했다"며 "(한 대행이) 요구한 사항을 이행하는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탄핵안을 발의해 27일 본회의에 보고할 방침이다. 이후 24시간이 지나 72시간 전에 표결해야 한다. 한 대행의 선택을 둘러싼 극한의 대립상황이 지속된다면 늦어도 30일 안에 그의 거취가 결정될 수 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권우석 인턴 기자 kws68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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