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5 (수)

“은행이 시니어 고객에 목맨 이유 있었네”…자산 다 합치면 무려 4000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산 2년새 20% 가까이 늘어
은행들, 속속 시니어 상품 출시
증여·미술 투자 자문 제공부터
자녀 맞선 주선하는 서비스도

12억 넘는 아파트 대상으로도
은행이 앞장서 주택연금 내놔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 강남PB(프라이빗뱅크) 거점인 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는 최근 라운지에서 국내외 유망 미술가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고령층 VIP 고객 자녀들을 대상으로 전담 전시회를 열고 자산가 2세들끼리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들을 대상으로 절세 채권, 보험상품 투자 전략 등을 강의하며 잠재 고객 확장에 나섰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보유한 자산 규모가 4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처음으로 만 65세 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이들이 보유한 자산의 크기도 덩달아 커지고 있어 이를 관리하고 운용하려는 금융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4일 매일경제가 금융감독원·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가구 추계를 바탕으로 연령대별 순자산 규모를 분석한 결과 만 60세 이상 고령층의 순자산은 작년 대비 11.7% 증가한 4307조원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자산 규모가 4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령층 자산은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11년만 하더라도 1172조원에 불과했지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13년 만에 4배가량 급증했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 규모가 국가 경제 규모(명목 국내총생산·2401조원)를 넘어서면서 은행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이들이 가진 막대한 자산을 관리하는 데 따른 수수료 수입과 자사 상품에 가입하게 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자 장사’로 비판받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관리(WM)는 가장 큰 비이자수익 창출원이 될 수 있다.

이 시장에 발 빠르게 나선 것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하나증권과 하나생명보험 등이 뭉쳐 ‘하나 더 넥스트’라는 시니어 특화 브랜드를 만들었다. 금융권에서 이 같은 시도는 최초다.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하나은행 을지로금융센터에 하나 더 넥스트 1호점을 마련했다. 1호점에 전문 상담 인력을 배치해 투자 상품 가입, 은퇴 필요자금 분석, 유언대용신탁 활용 자산 이전 준비, 연금 특화 포트폴리오 설계는 물론 건강관리까지 할 수 있게 했다.

고령층을 위한 상품도 속속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과 하나생명보험은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12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 대상 민간 주택연금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지금까지 주택연금은 공시가 기준 12억원 이하가 대상이었으나 이를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으로 확대한 것이다. 금융자산이 많지 않고, 집 한 채가 유일한 자산인 상당수 노년층을 겨냥해 집을 담보로 역모기지를 일으켜 연금 형태로 받아볼 수 있게 한 상품이다.

다른 은행들도 시니어층을 겨냥한 전용 라운지와 시설을 운영하거나,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령층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50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신한 50+ 걸어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일정 걸음 수를 채우면 포인트 등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철저한 비금융 서비스지만, 이를 통해 고객이 신한은행 등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주 방문하게 하고 기타 서비스를 노출시켜 고객을 확보한다는 차원이다. 신한은행은 연금라운지를 전국 5곳에서 운영하고 시니어층을 위한 퇴직연금 관리센터와 신탁라운지도 공격적으로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시니어 특화 점포 3곳을 두는 한편, 시니어 고객을 위한 배움 교실과 교양 강좌 운영 등으로 고객을 모으고 있다. PB채널 차원에서는 가업승계, 사전증여, 부동산, 투자상품 포트폴리오, 해외 부동산 투자, 재산신탁, 여가생활 등 7개 분야로 나눠 컨설팅을 진행하고 역모기지론 상품을 대출 상품 라인업에 포함시켜 안내하고 있다.

금융지주 중 생명보험사를 가지고 있는 곳은 요양사업을 시니어를 겨냥한 ‘블루오션’으로 보고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금융그룹의 생명보험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신한라이프는 2028년까지 요양원(요양시설) 4곳과 실버타운 2곳 등 총 6곳을 설립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사업자가 요양원을 설치하려면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행보다. 1호점은 내년 개소하는 경기 하남시 미사동이 될 전망이다. 2027년엔 서울 은평구에도 요양시설과 실버주택을 결합한 복합주거시설을 선보인다.

KB라이프생명도 서초와 위례에 2곳의 요양시설을 두고 있고, 작년엔 실버타운인 ‘평창카운티’를 개소해 운영 중이다. 내년에 강동, 은평, 광교 등 3곳에 추가로 요양시설 문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그룹 산하 생명보험사들이 운영하는 요양시설은 일반적인 요양시설이나 양로원 등과 달리 서울·수도권에 위치해 입지가 좋고 고급 시설을 갖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부유한 시니어 자산가를 위한 독특한 문화·라이프스타일 서비스도 있다.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미술품 자문 서비스나 하나은행의 고액 자산가 자녀 맞선 서비스, 우리은행의 결혼정보회사 ‘가연’ 제휴를 통한 혼인 도움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체 순자산의 40% 이상을 60대 이상이 보유하고 있고, 그 외 연령대가 나머지를 차지하는 상황인 데다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여 금융권의 블루오션은 고령 자산가뿐”이라며 “특화상품 개발이나 상담 공간 마련은 물론 비금융 서비스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