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는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높은 가격과 공급 부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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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약물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의 첫 제네릭 의약품을 승인했다. 업계는 이번 승인이 리라글루타이드 기반 약물의 공급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환자들에게 더 저렴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공개된 기술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원조 의약품과 주성분, 함량, 제형, 효능·효과, 용법·용량이 동일한 의약품을 뜻한다.
리라글루타이드는 세마글루타이드 등 최신 GLP-1 계열 약물의 초기 버전이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당뇨병 치료제로 판매하는 ‘빅토자(Victoza)’의 주성분이다. 같은 성분이지만 비만 치료제로는 ‘삭센다’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이 약물은 주 1회 주사하는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약물인 오젬픽과 위고비와는 달리 1일 1회 주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효과 역시 최신 약물보다는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미국 기준으로 월 1천 달러(한화 약 145만 원)를 넘는 고가의 오젬픽과 위고비보다는 가격이 낮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제네릭 의약품까지 출시될 경우 환자들의 약물 접근성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네릭 의약품은 히크마 파마슈티컬스(Hikma Pharmaceuticals USA)가 제조한다. 연내 미국 전역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히크마 측은 구체적인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존 브랜드 약물인 빅토자보다 저렴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 방송 시엔엔(CNN)은 전했다.
FDA는 성명을 통해 2023년 7월부터 시작된 리라글루타이드의 공급난이 제네릭 의약품 출시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DA는 "공급 부족 약물에 대한 제네릭 의약품 신청을 우선적으로 검토해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가격 인하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버드 의대의 애런 케셀하임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보통 4개 이상의 제네릭 의약품이 시장에 출시되어야 가격이 50~60%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승인은 빅토자의 물질 특허가 만료된 지 약 7개월 만에 이뤄졌다. FDA가 GLP-1 제제의 제네릭 의약품을 승인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병 치료제 바이에타(성분명 엑세나타이드)에 이어 두 번째다.
한편,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6월 테바 파마슈티컬스와의 합의로 빅토자의 ‘공인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했다. 공인 제네릭 의약품은 브랜드 약물과 동일한 제품으로, 상표명만 제거된 형태다. 테바가 유통하는 공인 제네릭은 브랜드 약물보다 약 14%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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