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온양사업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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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급망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전망이다.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원점 재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발 단계부터 구매까지 변화가 예상돼 국내외 반도체 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작업에 착수했다. 패키징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현 공급망을 점검하는 한편 신규 공급망 구축에 나선다.
삼성은 우선 장비를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기존 거래 관계나 협력 유무에 상관 없이 출발선에서부터 '성능'을 최우선으로 두고 선정할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구매한 설비를 반납하려는 일도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패키징 라인 구축을 위해 장비를 샀지만, 재검토 방침에 따라 장비를 다시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안에 밝은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일부 장비는 반납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원점 재검토하는 수준으로 점검 중이며, 기존 공급망 교체를 포함한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궁극적인 추진 방향”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개발 소싱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해 '공동개발 프로그램(Joint Development Program)'을 가동했다. 삼성전자가 JDP를 기획하면 협력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선정된 업체가 같이 상용화를 추진하는 게 골자다. JDP는 평가 후 선정된 1개 업체 장비만 구매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런 '1 대 1' 개발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1대 다수' 개발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JDP 대상자를 복수로 선정해 진행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며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술이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세상에 없던 기술, 전에 없던 최첨단 장비를 찾기가 매우 어려운 데, 단일 기업과의 협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변화를 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적으로 삼성은 폐쇄적 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장비 공급사의 경쟁사도 삼성에 장비를 납품하는 기회가 생기고, 경쟁사 협력 업체도 삼성과 기술 개발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기존 구매와 납품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삼성전자 천안 공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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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이같은 행보는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D램을 쌓아 만드는데, D램을 HBM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바로 패키징이다. HBM은 또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연동하며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GPU와 HBM을 연결하는 것도 바로 패키징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패키징이 중요하다고 보고, 그 첫 출발점인 소부장을 원점에서 다시 살피고 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공급망 재편에 따라 협력 업계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장비 공급사가 다변화할 경우, 관련 소재 공급망 변화도 불가피하다. 특정 장비마다 최적화된 소재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공급망 재편은 국내외 협력사를 가리지 않고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성과를 거둘 경우, 전 공정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전 공정 분야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공급망 재검토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신규 투자보다는 공정 전환 등 기술 고도화(테크 마이그레이션)에 집중하며 새로운 장비 도입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향후 신규 투자가 본격화되기 전에 전 공정에서도 이같은 공급망 재점검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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