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7 (금)

이슈 오늘의 미디어 시장

[이슈플러스]블랙아웃 급한 불 껐지만…방송규제 개혁 '발등에 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유료방송 매출액 성장률 추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송출수수료 갈등으로 케이블TV 사업자를 상대로 방송 송출을 중단했던 CJ온스타일이 정부 중재에 따라 송출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침체된 방송 생태계에서는 유료방송 사업자와 TV홈쇼핑 사업자 간 갈등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봉책이 아닌 본질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초유의 CJ온스타일 '블랙아웃' 사태 일단락

CJ온스타일은 딜라이브·CCS충북방송·아름방송에 송출을 재개한다고 26일 밝혔다. 송출수수료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달 5일 자정 부로 송출을 중단한 지 21일 만이다.

CJ온스타일은 “대가검증협의체 기간 송출을 재개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의견을 존중하고 각 사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통한 유료방송 생태계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기정통부가 운영하는 대가검증협의체에 성실히 임해 해당 SO와 원만한 합의 방안을 찾고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타협점을 찾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대가검증협의체 운영 기한은 새해 3월 1일이다. CJ온스타일은 일단 대가검증협의체 가동 기간에는 송출을 정상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송출수수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TV홈쇼핑 메이저 4사 가운데 실제 방송송출 중단까지 비화된 건 CJ온스타일이 처음이다. 방송 송출 중단 사태가 새해 3월까지 잠정 휴전에 들어갔지만, 현재 방송 생태계 상황이 지속되는 한 갈등은 또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을들의 싸움'...시장 침체로 송출수수료 갈등 반복

사태 발단은 송출수수료 갈등이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유료방송 채널에 편성된 대가로 SO사업자에 지급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일반 콘텐츠와 달리 물건을 판매하는 채널인 만큼 비용을 내는 것이다.

비단 CJ온스타일과 딜라이브·아름방송·CCS충북방송만의 문제는 아니다. 케이블TV뿐 아니라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업계와 TV홈쇼핑 업계 분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송출수수료 갈등은 모바일 커머스의 홈쇼핑 시장 잠식 확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의한 방송시장 잠식 등 국내 방송산업 생태계 악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또 OTT 이용 증가로 인한 TV 시청시간 감소, 쿠팡의 커머스 시장 장악, 알리·테무 등 중국계 해외직구 업체의 영향력 확대 등도 홈쇼핑 실적 악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방송 생태계 전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료방송의 수신료 매출 기준 2022년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8571원으로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저가 요금 중심 구조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방송생태계를 유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송출수수료가 급격히 인하될 경우 방송생태계의 붕괴 위험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저가 수신료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지상파·종편의 프로그램 사용료가 매년 인상될 수 있었던 것은 홈쇼핑 송출수수료 덕분이었으나 이번 CJ온스타일 방송 송출 중단 사건으로 이 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급격히 인하될 경우 유료방송사업자는 PP·지상파·종편의 프로그램사용료를 인하하거나, PP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료방송요금(수신료)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낡은 방송규제 '족쇄' 풀어줘야

반복되는 사업자 간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방송산업 생태계의 재원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사업자들의 매출 확대, 운영 효율성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함께 기존의 각종 정책 규제를 해소, 갈등의 근본 원인인 시장 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홈쇼핑 사업자에는 데이터홈쇼핑 생방송 허용, 화면비율 규제 폐지, 중소기업 상품 판매 비율 폐지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유료방송사에는 글로벌 OTT와 경쟁할 수 있도록 채널·요금 자율성 확대 등의 규제 개선이 거론된다.

국내 방송 사업자는 광고에서부터 편성, 소유, 겸영 등 각종 규제에 얽매여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광고 시장도 온라인 광고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방송산업이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2023년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방송시장 규모는 18조9575억원으로 전년 대비 8004억원(4.1%) 감소해 역성장을 기록했다. 방송광고 매출은 2022년 대비 5926억원(19.2%) 감소한 2조4천905억원으로 집계돼 3조원을 밑돌았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열거형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범주형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방송광고 규제 혁파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과 최소한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요금·약관 규제도 유료방송 플랫폼과 상생을 위한 필요 최소 규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