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기관에 과감히 도전 추세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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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은행과 기업들이 24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준이 제2의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s·위기 상황 분석)’가 절차적으로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이유에서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은행연합회ㆍ은행정책연구소ㆍ상공회의소 등은 이날 오하이오주 컬럼버스 지방법원에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투명성 부족으로 은행 자본 요건에 상당하고 예측할 수 없는 변동성을 발생시킨다”면서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스트레스 테스트가 명확한 이유 없이 개별 은행에 예상치 못한 수십억 달러의 자본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는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를 막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다. 은행이 테스트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얼마만큼의 자본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지와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범위가 결정된다.
은행연합회의 롭 니콜라스 회장은 “연준이 스트레스 테스트와 관련한 오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지만 이 소송은 연준이 부족할 경우 법적 구제책을 모색할 수 있는 우리 능력을 보존한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수년간 스트레스 테스트가 불투명하고 주관적이라고 비판해왔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없애고 싶지 않지만 은행 자본 요건이 투명한 방식으로 확립되도록 보장받고 싶다는 것이다. 연준은 은행이 시험을 통과하기 더 쉬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테스트 절차를 완전히 개방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번 소송 제기는 연준이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이와 관련한 포괄적인 변경 사항을 놓고 내년 초 공개적으로 의견을 구하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로이터는 은행들이 법정에서 규제 기관의 권한에 더 과감하게 도전하는 추세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 앞서 연준은 작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은행권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형은행의 자본금 요건을 19% 상향하는 규제 변경을 예고하고 의견수렴에 나섰는데, 은행권의 반발로 9% 상향으로 완화한 수준으로 9월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연준이 스트레스 테스트 체계를 수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나왔다. 좌파 성향의 경제 싱크탱크인 베터마켓의 데니스 켈레허 대표는 “연준은 사실상 월가 은행들에게 스트레스 테스트의 ‘열쇠’를 넘겨줄 의도가 있음을 밝혔다”면서 “조작 가능하며, 은행들은 자신들에게 매우 유리하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스트레스 테스트와 은행 규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고 WSJ는 전했다. 현재 연준의 최고 은행감독관인 마이클 바 부의장은 대형 은행들이 보유해야 할 자본의 양을 늘리는 계획을 설계한 인물이다. 바의 임기는 2026년 만료된다.
트럼프 인수위는 최고 은행감독기관들을 축소, 통합, 심지어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투데이/이진영 기자 (min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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