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된 권영세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2024.12.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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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오는 30일 '권영세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하는 대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주 만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명시적 사과없이 지도부 공백 메우기에 집중해왔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권영세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대국민 사과를 계기삼아 '도로친윤당'이라는 비판 국면을 전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탄핵안) 가결 이후 당의 분열 양상을 막고 조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위기의 리더십'을 발휘해야하는 점도 권영세 비대위원장에게 던져진 과제다.
25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나설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26일 상임전국위원회와 30일 전국위원회를 거쳐 비대위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많은 국민들께서 사과가 부족하다거나 사과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바로 다시 한번 사과하는 행동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보수정당의 대국민 사과는 국민의힘이 한나라당 시절이던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3월 한나라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2002년 대선 자금 수사로 밝혀진 이른바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강행에 대한 역풍을 맞아 휘청거렸다.
이에 당시 비대위원장에 오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3월 24일 차떼기로 모금한 돈을 되갚기 위해 한나라당 당사를 매각하고 현재 여의도 IFC(국제금융센터) 자리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께 지은 죄를 진심으로 참회하면서 천막에서 새로운 한나라당의 길을 설계하고자 한다. 저희 마음만은 받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조계사를 찾아 사죄의 108배를 올리기도 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단체로 무릎을 꿇었다.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선거 이틀 뒤인 2018년 6월15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건 채 무릎을 꿇었다. 이들은 "국민들께서 한국당에 등 돌린 참담한 현실 앞에 처절하게 사죄드린다"며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2020년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격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대선 전초전으로 불렸던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2020년 12월 15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등에 "저희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지었다.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며 "특정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공직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하기도 했다"고 구체적으로 사과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사과도 중요하지만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논리적 부정합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계엄은 잘못했는데 탄핵은 안 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 논리적 부정합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고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보수의 적자도 아니고 보수와 상관이 없는 인물임을 강조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윤 대통령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고 탄핵에 찬성한다는 식의 논리 전개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지명된 권영세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4.1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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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권 의원은 대국민 사과와 동시에 당에 씌워진 내란 정당 이미지를 씻고 '도로친윤당'이란 비판을 극복해야 할 과제를 최우선 안고 있다.
당내에선 윤 대통령 출당 혹은 제명 등 조치를 통해 당이 대통령과 완전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내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은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의 이미지를 벗는 게 중요하다"며 "대통령과 (당을) 분리하는 게 비대위원장으로서 첫 번째 책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현재 1호 당원이 윤 대통령이고 지금 분리하게 되면 우리는 소수 정당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속에서 극단으로 치달은 당내 계파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권 의원은 24일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직후 기자들을 만나 "당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선 쇄신이 이뤄질 수 없다. 안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당의 단합"이라고 했다. 향후 비대위 구성 및 당직 인선에서 계파를 불문한 화합형 인선을 보일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 머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4.1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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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두달 뒤 조기 대선도 지휘하게 된다.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비주류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보수 주자들을 모두 껴안아 정권 재창출 기반을 닦는 것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은 절박함에 부응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24%의 지지층 뜻에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중도 여론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독선에 저항한 사람은 많다. 예를 들어 한동훈 전 대표나 유 전 의원 등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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