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 국내 경제인 대화'를 열고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대기업 총수 20여 명이 참석했다./사진=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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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한 대비에 한창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대미 네트워크 교류를 늘리고 있다. 다만 개별 기업 총수들의 만남 추진과 신규 투자 발표 등의 구체적 행동에는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국내의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외교 공백과 미국의 보편 관세 부과 가능성 등 대내외 상황에 따른 고민이 이어지면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각각 최태원 회장과 손경식 회장 명의로 트럼프 당선 확정 직후인 지난달 초 축하 서한을 보냈다. 두 단체 모두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오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 간의 견고한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서한에서 "한미 양국은 지난 70년간 굳건한 안보 동맹을 기반으로 긴밀한 경제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며 "한국 기업들은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미국 제조업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도 서한에서 "2019년 서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들과 함께했던 만남이 떠올랐다"며 "그 후 삼성, SK, 현대, LG, CJ 등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와 고용 창출을 확대해 왔고, 작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큰 투자자가 되었다"고 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미국 대선 한달 만에 류진 회장이 대규모 고위급 민간사절단을 이끌고 워싱턴 DC를 찾아 '제 35차 한미재계회의'를 열었다.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관계자도 참석했다. 류 회장은 행사에서 "한국과 미국이 강력한 기술 동맹으로 경제 안보시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부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측근 등 미국 정계와 인연이 깊은 미국통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초청을 받고 참석을 검토 중이다.
개별 기업들도 미국통 인재들을 주요 자리에 앉히며 트럼프 2기를 준비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연말 인사에서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현대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CEO다. 또 주한미국대사 출신의 정통 외교 관료 성 김 고문을 대외협력 사장으로 임명했다. SK그룹은 올 상반기 북미 대관 업무 조직인 SK아메리카스를 출범했고, 대관 총괄에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과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한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세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2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회장은 방미 일정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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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이 미국 대선 이후 국내 주요 인사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면서 개별 접촉의 물꼬도 텄다. 정 회장은 한미 민간 가교 역할엔 선을 그었지만, 트럼프 당선인 대통령 취임식 때 한국 정부가 사절단을 꾸리면 일원으로 참석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과 만날 다음 대상자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거론된다. 롯데그룹은 2019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롯데케미칼 에틸렌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현대차 역시 조지아주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짓고 가동 중이다. 특히 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미 두 차례 단독 회동을 한 적도 있다. 김 회장은 방산 사업을 이끌어 오며 트럼프 측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지만 뒤에선 바쁜 그야말로 정중동의 모습"이라며 "각 기업들이 그룹사별로 미국 법인 쪽에 힘을 많이 싣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세계적 보편 관세 등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으로 정책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이와 관련해 대관 조직을 늘려 풀가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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