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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갑진년 빛낸 ‘올해의 CEO’ 5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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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도약 이끈 정의선 회장 1위
곽노정·한종희·조주완·송호성 ‘톱5’


2024년 내내 세계 경제는 살얼음판을 걸었다. ‘G2’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해지면서 세계 주요국이 신음했다. 우리 경제도 중국의 저가 공세, 환율 불안 등의 악재로 수출 부진에 내몰린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까지 직면했다.

온갖 악재가 쏟아지는데도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업인이 적잖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방산 등 주력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가 하면, 미래 성장동력을 꾸준히 발굴해 눈부신 성과를 올린 CEO도 많았다. 매경이코노미 선정 ‘2024년 올해의 CEO’ 50인을 통해 2024년 재계를 이끈 리더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매경이코노미

일러스트 : 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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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매경이코노미가 선정한 ‘2024년 올해의 CEO’에서 종합 1위에 올랐다. 2022년에 이은 3년 연속 1위다. 정의선 회장은 종합 1위를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경제 발전 기여, 사회 책임 경영 등 주요 부문에서 선두에 올라 주목을 끌었다.

정의선 회장은 단순한 완성차업체를 넘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전동화 전환 시대 ‘퍼스트 무버’로 부상하면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사업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했다. SDV는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기술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자율주행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다. 자율주행 역시 미래차 핵심 분야로 전 세계 완성차 업계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개발에 나서는 등 로봇, UAM 사업에도 힘을 쏟는 모습이다.

2위는 SK하이닉스를 이끈 곽노정 사장에게 돌아갔다. 곽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순위가 29위에 그쳤지만 단숨에 27계단 뛰어올랐다.

비결은 눈부신 실적이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 15조3845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12조2200억원)을 3조원 이상 앞지르며 인공지능(AI) 메모리 1등 자리를 굳혔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 90%를 장악한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온 데 이어, 올 3월 업계 처음으로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11월에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해 연내 출하를 목표로 내세웠다.

3위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지했다. 지난해와 같은 순위다.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TV 개발 부서에서만 30년가량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이다. 삼성전자 TV 15년 연속 세계 1위 신화를 쓴 주역으로 유명하다. LCD부터 LED에 이르기까지 지난 30년여간 삼성에서 내놓은 거의 모든 TV가 한 부회장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부회장은 모바일·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 등 완제품사업부를 총괄하면서 삼성전자 도약을 이끌어왔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9조1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했다.

매경이코노미

4위는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7위에서 단숨에 13계단 뛰어올랐다.

조주완 사장은 글로벌 감각이 뛰어난 리더로 꼽힌다. 1987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뒤 재직 기간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미국, 독일, 호주 등 주요 선진국 시장을 고루 경험해 지역별 가전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그가 LG전자 수장을 맡은 후 매년 실적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LG전자는 역대 최대 매출인 84조2278억원을 거뒀다. 연간 매출 최대치를 3년 연속 갈아치웠다. 올 들어서도 3분기 매출 22조1764억원을 기록해 역대 3분기 기준 최대치를 달성했다. 여세를 몰아 최근 인도법인 상장(IPO)에 나섰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인도 시장에서 현지 가전 시장점유율 1위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다.

5위는 송호성 기아 사장 몫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10위에서 5계단 뛰어올라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답게 SUV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는 중이다. 지난해 인기 차급인 소형·준중형·중형 SUV 시장에서 각각 셀토스, 스포티지, 쏘렌토가 당당히 판매 1위를 차지하며 기아 SUV 인기를 증명했다. 지난해 8월 선보인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은 폭발적인 판매 실적을 내면서 올해 연간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눈앞에 뒀다. 국내 대표 대형 RV인 카니발 역시 최근 인기몰이 중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추가해 쏘렌토에 이어 판매량 2위를 달리는 중이다.

소형 전기 SUV ‘EV3’도 올 7월 출시 이후 11월 누적 판매량 1만2390대를 달성했다. 기아 전기차 모델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인기몰이 중이다.

6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이끄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와 같은 순위다.

특히 그가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방산업 호황 덕분에 한화그룹 대표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6312억원, 영업이익 47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9%, 영업이익은 무려 457.5% 늘었다.

방산 업계 맏형 격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세계 시장에서 미는 주력 제품은 ‘K9 자주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8월 폴란드로부터 3조원대 K9 자주포 수주를 성사시키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지난 7월에는 사업 영토를 루마니아까지 확장하며 루마니아와 1조30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54문 등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를 도입한 국가는 루마니아를 포함해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폴란드, 호주, 인도, 튀르키예, 이집트 등 총 10개국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실적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매출 추정치(컨센서스)는 1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9조3000억원) 대비 2조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연간 기준 최초로 1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7위는 최태원 SK 회장, 8위는 구광모 LG 회장이 차지했다. 고객 가치를 위해 구광모 회장이 내세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키워드는 ABC다. A, B, C는 AI,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 Tech)를 의미한다.

LG는 초거대 AI 모델, 딥러닝 모델, 예측 모델 등 최신 AI 기술을 개발, 상용화했다. 최근 LG가 오픈소스 방식으로 공개한 ‘엑사원 3.0’은 생성형 AI의 고비용, 전력 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량화, 최적화 기술 연구에 주력한다. 초기 모델보다 비용을 72% 절감하고 크기는 97% 줄였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세포 치료제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암, 대사질환 등을 정복하는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 올 초 글로벌 제약사 리듬파마슈티컬스와 희귀비만증 치료제의 개발, 판매 권리를 이전하는 로열티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냈다. 클린테크 분야에서는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폐플라스틱·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 태양광·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 저감 기술 강화 등을 추진한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지는 최근 ‘도전과 도약으로…LG가 ABC(AI·바이오·클린테크)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낸 기사에서 “구광모 회장 취임 후 LG가 비핵심, 부진 사업을 매각·축소하고 전장, 배터리 등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9위에 오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올해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영인으로 손꼽힌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퍼드대 MBA 과정을 마쳤고 크레디트스위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복귀한 후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15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상무로 승진했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주사인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등 핵심 기업 대표이사 자리를 꿰차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그가 이끄는 HD현대는 조선업을 바탕으로 에너지, 건설기계, 전력인프라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올해 재계 순위 8위까지 올라섰다. 29개 계열사에 자산총액만 84조792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신성장동력인 신약 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면서 ‘중후장대’ 산업 강자인 HD현대가 의약 분야에서도 성공 스토리를 쓸지 재계 관심이 뜨겁다.

10위는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차지했다. 지난해 순위 14위에서 4계단 뛰어올랐다. 그가 이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주는 연일 증가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올해 첫 계약을 시작으로 11월까지 글로벌 제약사와 총 11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수주 금액의 1.5배 수준인 5조3000억원의 수주 성과를 올려 창립 이래 처음으로 누적 수주 5조원을 넘어섰다. 잇따른 수주 계약으로 연매출 4조원 돌파도 눈앞에 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 3조2909억원, 영업이익 99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6%, 30% 늘어난 수치다.

올해의 CEO, 어떻게 조사했나
재무 기반 후보 선정…전문가 218명 설문
매경이코노미는 자체 개발한 평가 모델을 사용해 매년 말 ‘올해의 CEO’를 선정한다. 2005년을 시작으로 올해 20회를 맞았다. ‘재무 순위’를 기반으로 후보 CEO를 선정한 후, 각계 전문가 설문 투표로 뽑은 ‘비재무 순위’를 계산해 종합 순위를 결정한다.

먼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액,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 주당순이익(EPS), 시가총액 등 5가지 지표를 분석했다. 평가 기준은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작성된 재무제표를 근거로 했다.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대비 올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비교했다. 시가총액 순위는 올 1~9월 기록한 연간 시총의 일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았다. 주당순이익은 올 1~3분기 누적 순이익을 9월 30일 기준 주식 수로 나눠서 비교했다. 이렇게 각각 5가지 지표 순위를 매긴 후 이를 더해 합산한 수치가 가장 낮은 순으로 최종 재무 순위를 결정했다.

비재무 부문 평가는 재무 부문 상위 100명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를 기반으로 한다. 은행과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 임직원과 지점장, 애널리스트, 경제연구소 연구원, 교수와 컨설턴트 등 재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비재무 부문 평가 항목은 ‘경제 발전 기여’ ‘혁신’ ‘사회 책임 경영’ 등 3가지다. 설문 대상자에게 분야별 기여도가 높은 CEO 5명을 우선순위 없이 선정하게 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합산해 종합 순위를 결정했다. 재무 순위는 ‘경제 발전 기여’ 득표가 같은 CEO에 한해서만 가중치를 반영했다.

설문 응답자는 총 218명이다. 은행 80명, 증권사 121명, 경제연구소 연구원 7명, 교수와 컨설턴트 10명 등이다. 취임한 지 3개월이 안 된 CEO와 비상장사·해외 상장사 CEO는 평가 대상에서 뺐다. 금융권 CEO 역시 제외된다. 금융 CEO는 2025년 상반기에 별도 평가 후 선정한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0호 (2024.12.25~2024.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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