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vs 넷플릭스, 두 콘텐트 공룡의 정반대 전략
■ 경제+
영어·비영어권 통틀어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한 작품은? 정답은 ‘오징어 게임’(2021)이다. 현재 22억 시청 시간을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이다. 26일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시즌2(오겜2)’를 선보인다. 그런데 이번엔 3년 전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로스앤젤레스·뉴욕 등에서 체험존을 운영하고, 패션·식품·뷰티 기업과 캐릭터를 활용한 협업도 활발하다. ‘많관부’(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식의 작품 홍보를 넘어 시청자의 일상에 파고드는 전략이다. 여기서 잠깐, 데자뷔처럼 떠오르는 회사가 있다. 테마파크·스토어·게임 등으로 IP 플라이휠(flywheel·회전판)을 돌리는 월트디즈니 컴퍼니다.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넷플릭스와 대결 중이기도 하다. 비슷한 듯 다른 두 콘텐트 공룡을 ‘대해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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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은 왜 밖으로 나왔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선두 주자 넷플릭스의 위기의식은 코로나19가 끝날 무렵 가시화됐다. 사상 처음으로 ‘가입자 수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되면서다. 엔데믹이 도래한 2022년 1분기에 20만 명, 2분기 97만 명의 구독자가 줄었다. 광고요금제·공유계정 금지 등 ‘대증요법’을 넘어 구독경제 밖에서 먹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넷플릭스가 주목한 건 팬덤이다. 끈끈한 팬덤이 2~3차 IP 소비의 촉진제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이에 콘텐트뿐 아니라 스포츠·게임·체험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영역을 넓혔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콘텐트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지난달 생중계한 ‘세기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의 프로복싱 복귀전은 경기가 열린 텍사스주 현장에 7만2300명의 관중이 몰렸다. 라스베이거스를 빼고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한 복싱 경기로 기록됐다.
오겜2 공개를 앞두고도 팬덤 잡기에 여념이 없다. 스포츠 브랜드 퓨마·크록스와 협업해 참가자 트레이닝복을 만들고, GS25·비비고·오뚜기 등과 함께 한정판 식품을 내놨다. ‘영희’ 캐릭터가 새겨진 올리브영 화장품도 등장했다. 이를 진두지휘한 조시 사이먼 넷플릭스 소비자제품 담당 부사장은 디즈니 등에서 경력을 쌓고 2022년 넷플릭스에 합류한 인물. 그는 “오겜 스토리텔링과 엄청난 팬덤의 상호작용적 특성을 결합해 현실로 콘텐트 세계관을 확장하려 한다”(10월, 뉴욕 미디어 설명회)고 설명했다.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글로벌 원톱 ‘IP 기업’ 디즈니는 어떨까. 디즈니랜드·크루즈·스토어 등 자타 공인 콘텐트 팬덤 비즈니스 1인자 디즈니의 관심은 현재 넷플릭스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OTT 사업이다. 2021년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3년간 130개 이상 오리지널 콘텐트를 제작했다. 이 기간 인기 상위 15개 작품 중 9개가 한국이 제작한 K-콘텐트일 정도로 두각을 드러내자, K-콘텐트 투자를 크게 늘렸다. 내년에 공개할 아태 지역 콘텐트 21개 중 10개는 K-콘텐트로 채울 계획이다. 이는 전 세계 디즈니 신규 콘텐트 라인업 중 20%에 해당한다.
로컬 잡아야 글로벌 잡는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1강 다중’ 구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유료 OTT 이용률은 넷플릭스가 44.4%로 가장 많았고, 티빙(17%), 쿠팡플레이(14.8%), 디즈니플러스(10.1%), 웨이브(6.9%)가 뒤를 이었다.
2024년 유료 OTT 이용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
2016년 국내에 상륙한 넷플릭스가 10년 가까이 OTT 1위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선점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초창기, 일각에선 성공 여부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다. 국내 콘텐트 시장에서 ‘미드족’은 소수 마니아층이었고, 인터넷(IP)TV 등을 통해 드라마·예능 다시 보기도 가능했기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익명을 원한 국내 콘텐트 업체 한 임원은 “당시 국내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케이블 TV 등 무료 시청에 익숙했고, 구독료를 내고 콘텐트를 소비하는 구조는 낯설어했다”고 말했다.
반등을 만든 건 로컬 IP 제작이다. 2019년 ‘킹덤’을 시작으로 ‘오징어 게임’(2021),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더글로리’(2022~2023) 등 글로벌 히트작이 연이어 터졌고 국내 이용자들도 흔쾌히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작품이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제작 환경의 혁신이 있었다. 20년 넘게 콘텐트 제작 및 유통 업무에 종사해온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방송 시점이 돼야 비용을 받을 수 있어서, 제작자들이 먼저 은행 빚을 내가며 콘텐트를 만들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전체 제작비의 50%를 선지급해줬다. 업계에선 말 그대로 ‘혁신’이었다”고 말했다. 2017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를 제작한 봉준호 감독은 “옥자 제작비가 5700만 달러인데, 이 정도면 할리우드에선 대부분 최종 편집권을 감독이 갖지 못한다. 그만큼 창작의 자유가 컸다”고 말한 바 있다.
디즈니는 2021년 후발 주자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넷플릭스가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글로벌 메가 IP를 꽉 쥐고 있던 만큼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것이라는 복안이었다. 디즈니 측은 “북미 구독자들은 평균 3~4개, 아태 지역은 평균 2개의 OTT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OTT 시장은 단일 플랫폼이 독식하는 게 아닌 여러 서비스가 공존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 중 확실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OTT 전쟁, 관전 포인트
20년 가까이 OTT 서비스 노하우를 쌓은 넷플릭스, 그에 비하면 새내기인 OTT 6년 차(한국 시장 3년)인 디즈니플러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동시에 엔데믹 이후 쪼그라든 OTT 시장 규모는 두 서비스 모두 해결해야 할 난관이다.
넷플릭스는 구독을 넘어 광고에서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엿보고 있다. 2022년 구독과 광고를 결합한 ‘광고요금제’를 도입했고, 12개 도입 국가 신규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이 이 요금제를 택했다. 올 3분기 역대 최대 가입자 수(2억8272만 명)를 기록한 원동력이다. 한발 더 나가 기업 광고 협업도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료 회원 멤버십인 ‘네이버플러스’ 회원에게 광고요금제 이용 기회를 제공하거나, 기아와 한국 최초로 싱글 타이틀 스폰서십을 맺고 스토리텔링 기반 3부작 맞춤형 광고를 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 측은 “광고 효과를 높이는 자체 기술을 개발해 내년에 공개하겠다”며 “나아가 광고 효과를 광고주들에게 입증하기 위해 시장조사업체 닐슨과 협력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많은 IP를 갖고 있고 IP 비즈니스에도 능통한 디즈니는 로컬 콘텐트 제작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로컬 콘텐트가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성공을 만들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무빙’에 이어 강풀 작가가 자신의 원작 웹툰을 가지고 직접 각본을 쓴 8부작 ‘조명가게’가 이달 4일 공개됐다. 공개 후 2주 동안 국내 시청 순위 1위, 대만·홍콩 1위를 기록하는 등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디즈니 측은 “스트리밍 플랫폼 운영사이기 전에 100년간 스토리텔링에 강점을 쌓아온 콘텐트 기업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밝혔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 및 배급,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익스피어리언스 사업 등과 함께 OTT 역시 월트디즈니의 빅픽처 안에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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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환희·윤상언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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