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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더딘 탈탄소, 빨라진 기후위기…‘재생’ 바람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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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지 타임이 2024년 ‘올해의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선정했다. 타임 제공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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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5년엔 기후환경 분야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A. 황당하기 짝이 없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모두가 혼이 나간 와중에, 어느덧 연말연시가 됐습니다. 내년엔 또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녹색전환연구소가 26일 발간하는 ‘2025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을 참고해 기후환경 분야 내년 주요 의제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기후위기 부정’ 트럼프의 취임





우선 새해 1월20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립니다. 파리협정 체결 10주년이 되는 2025년에 하필 파리협정 탈퇴를 공언해온 트럼프가, 누적 탄소 배출량과 1인당 배출량 1위 나라의 대통령이 된 거죠. 트럼프가 비록 기후과학을 무시할 순 있지만, 인류의 기후위기 대응이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선 만큼 미국 홀로 다른 길을 가진 못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옵니다.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 시한





2월은 기후변화협약 가입국들이 유엔에 5년마다 제출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 시한입니다. 2020년에 2030년 목표(NDC 2.0)를 냈고, 이번에 2035년 목표(NDC 3.0)를 내야 합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2035년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보면 향후 5~10년 인류 기후위기 대응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에 의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있지만,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2035년까지 배출량을 2005년의 61~66% 수준으로 줄인다는 미국의 2035년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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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연구소가 26일 발간한 ‘2025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보고서 표지




한국의 감축목표는 어떻게 되나





우리도 2035년 목표 설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합니다. 한국의 현재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8년 대비 40% 감축한 4억3660만톤입니다. 한데 지난해 배출량이 6억2420만톤으로 14% 감축하는 데 그쳤습니다. 2035년 목표는 더 진전해야 하는데다, 지난 기후총회에서 우리 정부가 참여한 ‘에너지효율 2배 개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3배 확충’, ‘메탄 서약’ 등의 선언을 반영해야 합니다. 또 지난 8월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결과에 따라 ‘장기(2031~2049년) 감축계획’도 마련해야 합니다. 어느 때보다 감축 목표 논의가 치열하게 이뤄져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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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상에 설치한 5.5㎿ 해상풍력발전기.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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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대선? 기후정책 변할까?





게다가 헌법재판소가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게 되면 4~6월께 조기 대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짧은 선거 기간(60일) 차기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전환 정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재생에너지 정책이 어떻게 자리잡을지가 관건입니다.



미국은 이미 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3배 이상 저렴해졌습니다(지난 6월 라자드 보고서). 유럽은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45%까지 끌어올렸고, 전세계 청정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중국은 2030년까지 1200기가와트(GW)로 늘리겠다고 한 태양광·풍력 설비 목표를 무려 6년이나 당겨 올해 초과달성했습니다. 원전에만 올인한 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한자릿수에 머물러 있는 한국은 더 이상 지체할 틈이 없습니다. 내년은 2026년부터 시행될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해외오염관세법에 대비할 마지막 시기입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은 “국가별 재생에너지의 현격한 차이는 곧바로 해당 국가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영향을 주고 다시 ‘녹색 경쟁력’의 차이를 가져올 것”이라고 봤습니다.



3월 본계약을 하게 되는 체코 원전 수주 여부가 이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끕니다. 또 독일(경제기후보호부), 영국(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처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이 차기 정부에서 이뤄질지, 더불어 국회에 기후특별위원회가 상설화될 수 있을지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전기료, 수도권 오르고 비수도권 내릴까





내년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시행됩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지역 간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려 발전소가 밀집한 곳은 요금을 낮추고 발전소에서 멀수록 요금을 높이는 제도입니다. 지난 6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근거입니다. 비수도권 지역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고,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현재의 구조는 많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합니다. 특히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과, 동해안에 집중된 원전·석탄화력, 호남에 집중된 재생에너지가 송전망이 없어 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제주로 지역을 나눈 뒤 내년엔 도매요금, 2026년부터 소매요금에 차등요금을 적용한단 계획입니다. 더 구체적인 안은 아직이지만, 이런 조치가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의 지역 분산과 에너지 전환을 앞당길 수 있을지 관심거리입니다.





‘합의 불발’된 플라스틱협약 회의





내년엔 또 한국 부산에서 합의에 실패한, 유엔 차원의 플라스틱협약 추가 회의가 열립니다.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진 않았지만 6~7월께 유엔환경계획의 본부가 있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회의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협약이 어떤 식으로 성안될진 알 수 없으나, 플라스틱과 관련한 다양한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을 고려해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전환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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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30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노동자 행진’ 참가자들이 충남 태안터미널 인근에서 계획 없는 석탄발전소 폐쇄 시 노동자 생존권 위협과 지역 소멸을 의미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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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1·2호기 폐쇄…본격화될 ‘탈석탄’





이와 함께 2025년은 본격적인 ‘탈석탄’의 해가 될 전망입니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태안 1·2호기를 시작으로 2036년까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9기 중 28기가 단계적으로 폐쇄되고 대부분 천연가스(LNG) 발전소로 대체됩니다. 발전소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지역 경제 영향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0년 보령 1·2호기가 폐쇄된 충남 보령시는 발전소 폐지 전인 2018~2020년 3년 동안 연평균 880명 수준이었던 인구 감소폭이 2021년 2배 이상인 1820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인구 10만명 선이 붕괴되고 지방재정 수익 44억원, 소비지출도 190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9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를 멈춰 세운 영국을 비롯해, 독일, 미국 등 앞선 국외 사례를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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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이 2023년 8월8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정상회의에 참석해 원주민 장관 소니아 구아자자라와 이야기하고 있다. 벨렝/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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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허파’에서 열리는 30차 기후총회





11월엔 브라질 벨렝에서 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릴 예정입니다. 항구도시 벨렝은 브라질 파라주의 수도이며, 아마존과 파라강으로 둘러싸인 ‘지구의 허파, 아마존의 도시’로 불립니다. 브라질 내에서도 산림 파괴 비율이 제일 높은 지역입니다. 내년 기후총회는 당사국들의 2035년 감축 목표를 제출받아 열리는 만큼,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인류의 구체적인 이행안(로드맵) 마련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입니다. 의장국인 브라질은 남미 1위, 세계 6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지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집권 뒤 기후 정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열대우림을 보존하기 위해 만든 ‘열대우림기금기구’(TFFF) 조성과 개도국이 산림관리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게 장려하는 틀거리인 ‘산림파괴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사업’(REDD+) 등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지난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29차 총회 기간에 ‘2005년 대비 59~67% 감축’하겠다는 2035년 목표를 가장 먼저 제출한 나라도 브라질입니다. ‘지구의 허파’에서 열리는 30차 기후총회가 룰라 대통령이 밝힌 대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인 “전환(transition) 총회”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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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역별 전력공급과 전력수요 및 전력계통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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