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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캐치볼 한 판 하실까요”…관절 정교해진 휴머노이드, 피지컬 장난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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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AI 넘어 행동형 진화
배우지 않은 동작도 척척

테슬라·피규어AI 등 경쟁 치열
위험한 산업현장 활용 커질듯

AI로봇 시장 2배 커질 동안
휴머노이드 23배 증가 전망


매일경제

BMW 공장에서 일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2’. 피규어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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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양손에 부품을 집어 들고 곧장 제품 조립대로 향한다. 이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규격에 맞춰 부품을 조립하고 옮기기를 무한 반복한다.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가 최근 공개한 영상 속 한 장면이다. 이 영상은 BMW 미국 스파튼버그 공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2’의 작업 모습을 담았다. 이 로봇은 양손 협응력이 대폭 개선돼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 작업이 가능한 데다 두뇌(소프트웨어) 역시 이전 세대에 비해 3배 빨라진 인공지능(AI) 추론 성능을 갖춰 자율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작업 속도는 이전 모델보다 4배 빨라졌고 정확도 역시 7배나 향상돼 하루 1000건의 제품 생산을 도맡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BMW의 설명이다. BMW는 위험하거나 피로도가 높은 공정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일경제

날아오는 공을 잡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X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사람이 무작위로 던진 공을 받아내는 영상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공을 던지는 방향과 속도가 매번 달랐는데도 마치 사람이 캐치볼을 하듯 자유자재로 공을 받아내는 장면이 담겼다. 부드럽게 각 관절과 몸통 그리고 손가락을 움직여 공을 받아내는 옵티머스의 모습에 AI 휴머노이드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정된 환경에 제한적으로 작동했던 기존 로봇과 달리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차세대 로봇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옵티머스는 방송인 킴 카다시안과 손가락 하트를 만드는 장면을 연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AI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로봇 에이전트’가 뜨고 있다. AI가 텍스트·이미지·동영상 등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모델을 넘어 로봇이라는 몸을 통해 움직임까지 구현할 수 있는 ‘행동형’ AI로 진화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도쿄 엔비디아 AI 서밋 재팬’ 행사에서 “AI 혁신은 디지털(Digital)에서 피지컬(Physical)로 확산될 것”이라며 “앞으로 5년간은 인간형 로봇의 진화에서 큰 진척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지컬 AI는 AI가 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상호 작용하고, 탐색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인간의 행동 패턴을 학습해 로봇이 독립적인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AI 모델인 대규모행동모델(LAM)이 대표적인 사례다. 피지컬 AI는 PC나 스마트폰으로 한정됐던 AI의 활약 무대를 현실로 옮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자나 단어를 이해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이 1차원 모델이고, 이미지와 비디오 생성 모델이 2차원 모델이라면, 물리적 상황을 이해하고 결과물을 내는 피지컬 AI는 3차원 모델이라는 게 엔비디아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빅테크들이 개발하고 있는 로봇은 옵티머스처럼 학습과 추론을 통해 배우지 않은 동작도 수행할 수 있는 ‘행동형 에이전트’다. 인간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대화형 로봇도 등장했다. 영국 엔지니어드아츠가 개발한 ‘아지’와 ‘아메카’는 오픈AI의 GPT 4o를 탑재, 창밖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마음을 표현하거나 날씨가 춥다며 창문을 닫자는 인간의 말에 재채기를 하며 스카프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하는 등 한층 진화된 휴머노이드 로봇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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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넥스트MSC에 따르면 전 세계 AI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956억달러(약 139조4800억원)에서 2027년 1580억달러(약 230조5200억원)를 거쳐 2030년 1848억달러(약 260조6200억원)로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AI 로봇 시장은 산업용, 서비스용, 의료용, 군사용, 교육·연구용 등으로 구분되는데 서비스 영역에 속하는 ‘지능형 휴머노이드’가 특히 각광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카이퀘스트 테크놀로지 리서치는 2021년 14억8000만달러(약 2조1600억원)에 불과했던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2030년 349억6000만달러(약 51조원)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제시했다.

현재 AI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보스턴·피츠버그·실리콘밸리 중심의 산학연 민간 로봇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뤄진 로봇 투자는 2023년 기준 240억달러 규모로, 전 세계 투자액의 60%를 차지한다. 국가로봇이니셔티브(NRI 2.0) 추진을 통해 대학을 비롯해 산업계와 비영리 조직, 스타트업 등 민간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도전도 주목된다. 지난 4월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는 중국 로봇 제조사인 유비테크(UBTECH)와 손잡고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S’를 전격 공개했다. 바이두의 LLM ‘어니 4.0’을 탑재해 마치 사람처럼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바이두는 당시 워커S의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내일 출장을 가야 하는데 챙길 옷을 정리해 줄래”라고 부탁하자 사람 형체의 로봇이 티셔츠를 곱게 접어 주인에게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곧이어 “이 티셔츠가 어떤 색상의 바지와 어울릴까”라고 묻자 로봇은 “상의 색깔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어두운 계열의 바지가 어울릴 것 같다”고 대답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 업체 비야디(BYD)는 자동차 공장에서 부품 운반 작업을 하는 산업용 로봇을 일부 시험 적용하고 있다.

한국도 AI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 4월 기존 유압식이 아닌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강화학습, 컴퓨터 비전 등 AI 기능이 탑재된 아틀라스는 인간의 제어나 도움 없이 기계적·물리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내년부터 현대차의 차세대 자동차 제조 공정에 투입될 예정이다.

최근엔 ‘이동형 양팔 로봇’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로봇은 상체의 경우 사람처럼 양팔이 달려 있고, 하체는 바퀴로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5월 이동형 양팔 로봇 ‘RB-Y1’을 공개했고, 현대차는 최근 서울대·포스텍·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손잡고 관련 로봇 연구 개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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