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소환 조사 결국 무산됐지만
공수처, 체포영장 신중 모드
‘특검 지연’ 영향에 체포영장도 지연
특검 실효성 떨어질 수 있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통보한 2차 소환일인 25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모습.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이날 오전 10시까지 출석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대통령 측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수처는 여전히 체포영장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검 지연에 따른 속도조절로 해석된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내란 특검법 공포가 지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수사 일정도 엇박자가 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성탄절 소환 조사가 끝내 무산됐음에도 체포영장 청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20일간의 구속기간 이후 이뤄져야 하는 기소 스케쥴로 인해 특검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을 의식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10시에 예정된 공수처의 소환 조사에 불응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검찰의 출석 요구에 2회,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2회 총 4회 불응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대통령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벌써 구속됐을 것”이란 반응을 내놓고 있다.
통상 피의자가 출석 요구에 2~3차례 이상 응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체포영장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청구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의자가 출석에 3번 불응하면 수사기관은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게 실무상 관례”라며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통상 7일로 발부된다”고 밝혔다.
물론 윤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면 7일 내 체포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영장 집행을 거부하면 별개로 공무집행방해죄 등이 성립할 수 있고, 현행범 체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끝내 물리적 충돌까지 감수한다면 수사기관이 곧장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청구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 25일 “윤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건 너무 먼 단계”라며 “아직 검토할 것이 많다”고 했다.
이어 “통상 일반 형사사범의 경우 3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 강제 수사를 검토한다”면서도 “대통령은 (탄핵심판 등)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다. 통상 절차에 따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체포 영장이 가장 적법 절차에 부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던 오동운 공수처장의 태도도 바뀌었다. 오 처장은 지난 24일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25일 윤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청구하느냐’는 질문에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연이어 소환에 불응하는 상황에서도 공수처가 체포영장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건 내란수사 특검 출범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쌍특검법(내란 일반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당장 공표하라고 최후 통첩했지만 정부는 아직 국무회의 안건에 특검법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같은 특검 지연으로 체포영장 청구가 덩달아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기소(피의자를 재판에 넘김)까지 수사기관에 주어지는 기간이 매우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향후 뒤늦게 내란 특검이 출범하더라도, 특검 수사가 윤 대통령이 아닌 공범을 수사하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 사실상 특검의 실효성 자체가 부정당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수사 순서를 단계대로 정리하면 공수처의 속도조절이 이해가 된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수사기관은 48시간 내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이번 사안의 경우 체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 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될 경우 기소까지 수사기관에 주어지는 기간은 20일에 불과하다. 뒤늦게 특검법이 공표되더라도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미 기소까지 이뤄진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특검은 이미 기소가 된 피고인에 대해선 같은 혐의로 강제수사할 수 없다. 더구나 특검이 내란 혐의가 아닌 다른 혐의로 수사하는 것도 어렵다. 헌법상 대통령은 내란 등 혐의를 제외하면 불소추 특권의 보호를 받는다.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이 나오기 전까진 대통령 신분이 유지되므로 특검의 추가 수사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 신중한 태도로 변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특검 출범 지연으로 결국 윤 대통령이 의도했던 스케쥴대로 수사가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가 우선이라는 생각”이라며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