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 악타우 근처 해변에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엠브라에르 ERJ-190AR)의 동체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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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고 여객기는 갑자기 항로를 이탈해 카스피해 너머 반대쪽 해변까지 날아갔나.
25일(현지시각)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엠브라에르 ERJ-190AR)의 추락 사고 원인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사고 여객기는 이날 67명을 태우고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이륙해 러시아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날아가다 갑자기 카자흐스탄의 카스피해 해변도시 악타우에서 3㎞ 떨어진 곳에서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 62명, 승무원 5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29명만 살아남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장면을 담은 영상에는, 여객기가 해변에 비상착륙을 시도한 뒤 곧바로 불길에 휩싸이며 검은 연기가 피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피투성이의 승객들이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동체들 사이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장면도 확인된다.
러시아 항공당국은 이날 예비 사고조사 결과 “여객기가 비행 중 새와 충돌해 비상사태가 생겨 급히 착륙장소를 찾았고 악타우가 선택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설명에 대해 “새와 충돌하면 통상 가장 가까운 착륙장소를 찾는다”며 카스피해를 가로질러 멀리 악타우까지 날아간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항공 자문사인 ‘에어로다이내믹 어드바이서리’의 분석가 리처드 아부라피아는 “항공기의 통제를 잃을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항로를 벗어나 아무 곳이나 날아가게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상업용 항공추적 웹사이트의 기록을 보면, 여객기는 애초 예정된 항로인 카스피해 서쪽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날아가다가 갑자기 기록에서 사라졌다. 그러다가 카스피해 건너편 동쪽 해변에 다시 나타난 뒤 악타우 공항 주변을 돌다가 해변에 추락했다.
이에 대해 당시 여객기가 가까운 공항에 착륙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은 공항 관계자를 인용해 당시 항로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이던 마하치칼라 공항이 이날 몇 시간 동안 항공기 착륙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당시 러시아의 체첸공화국 지역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날 아침도 체첸 공화국 일부 지역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독립국가연합(CIS) 비공식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러시아로 가다가 사고 소식에 급히 귀국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사고 여객기의 항로 변경 원인으로 ‘기상 악화’를 들었다. 그는 “추락 원인을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다.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보고받은 바로는 여객기가 기상이 나빠지자 그로즈니에서 악타우로 항로를 바꿨으며 그곳에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은 사고가 일어난 지역의 관할국으로서 사고 조사팀을 구성해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카자흐 정부 당국자는 “정부 차원의 조사 위원회가 꾸려졌다”며 “여객기 소속 국가인 아제르바이잔과 협력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의 당국자인 티무르 술레이메노프는 “블랙박스가 발견됐다”며 “블랙박스가 분석되면 사고원인이 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사고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아제르바이잔 항공기의 러시아 체첸공화국 지역 비행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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