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부터 9월까지 인천시 출생아 수 전년 대비 8.3% 증가
인천형 저출생 정책 ‘아이(i) 플러스 드림’ 시리즈로 젊은 층에 어필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18세까지 구간별로 총 1억원 지원
“중앙정부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가성비 높은 출생 정책 다시 짜야”
2024년 인천시는 합계출산율, 신생아 증가율 동시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은 2024년 인천 부곡초등학교 가을운동회 장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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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타이밍, 모멘텀이라는 게 따른다.
인천광역시가 인구 300만의 위상을 다지는 데는 1990년대 매립지로 출발한 송도 신도시 건설이 한몫했다. 송도 신도시는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서 국제도시로 발돋움했다.
우리나라 1호 경제자유구역인 인천경제자유구역 앞에는 원래 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는 허들이 버티고 있었다. 수도권 집중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공장, 학교, 대형 기관의 수도권 신·증설을 규제한다. 1982년 제정된 이 법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두고 있어 수도권 지자체들에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았다. 같은 수도권인 인천의 경제자유구역 지정도 철칙에 가까운 이 법에 가로막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1997년 말 대한민국을 덮친 IMF 외환위기는 인천시에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했다. 국가 부도와 구조조정의 여파가 인천시를 짓누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상당 기간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틈새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즈음 국내 제조업 경쟁력은 떨어지는데 중국 경제는 급부상했다. 이에 따른 위기의식, 견제 심리는 한국 경제의 구조와 전략에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일으켰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타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새로운 경제 성장 모델의 하나로 인정받았다는 게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의 저자 허동훈 경제학 박사의 진단이다.
20년도 더 흐른 지금 인천시에 또 하나의 모멘텀이 절실하다. 인구 감소의 물줄기를 되돌릴 반전(反轉) 카드가 그것이다.
저출생 극복은 대한민국 공통의 과제이자, 인천시가 당면한 최대 현안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을 만한 통계가 인천시에서 쏟아진다.
통계청의 2024년 11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인천시는 2024년 1월부터 9월까지 신생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광역지자체로 나타났다. 2024년 1~9월 인천시 출생아 수는 1만13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나 증가했다. 서울(3.5%), 대구(3.2%), 충남(2.7%) 등과의 격차가 현격하다. 2024년 1~9월 전국 신생아 수는 17만86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인천시의 합계출산율도 변화를 보인다. 2023년 3분기 0.67명에서 2024년 1분기 0.74명으로 증가했으며, 2024년 3분기에는 0.8명으로 0.13명 늘어났다. 이는 세종시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인천시는 2024년 6~8월 출생아 수 증가율에서 전국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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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들어 합계출산율 0.74로 반등
인구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대한민국에서 2024년 인천시의 역주행은 독보적이다. 인천은 부산 이후 특·광역시 중 44년 만에 인구 300만을 돌파했다, 전국 7대 특·광역시 중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한 도시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100조원을 돌파했고, 실질 경제성장률도 2년 연속 6%를 넘어서는 등 역동성을 자랑한다.
어떤 모멘텀이 작용한 걸까? 인천시는 크게 3개 동인(動因)을 짚는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2023년부터 증가한 인천시 내 혼인 건수를 들 수 있다. 2022년 1만849건에서 2023년 1만1621건으로 늘었다.
또, 신도시 조성에따른 젊은 층의 유입도 부쩍 활발했다. 인천시 신규 입주 규모는 2023년 한 해 4만 가구, 2024년 7월까지 1만4000가구에 달했다. 이런 구조적인 요인에 더해 인천시가 추진해온 출생 정책이 결혼과 출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고 인천시는 자평한다.
정책은 하루아침에 성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연구에다 정책결정권자의 의지가 맞물릴 때 공감대가 쌓인다. 인천시는 ‘아이(i) 드림’이라는 일련의 지원 정책을 통해 결혼과 임신, 출산, 양육의 모든 단계에 지자체가 시민과 함께한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발산했다. 여기서 ‘아이(i)’는 우리 아이라는 뜻과 함께 인천의 영문 이니셜 아이(I)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네이밍이다. 인천시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저출생 극복 정책을 순차적으로 수립하고, 이의 실행에 시정(市政) 역량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었다.
인천시가 지난 1년 동안 시리즈로 내놓은 저출생 극복 정책은 총 3종으로 결혼과 출산, 육아와 교육 등 인구 변동 요인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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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명 가까이 지원받는 ‘아이(i) 플러스 1억 드림’
‘인천형 저출생 극복 정책 1호’라 불리는 ‘아이(i) 플러스 1억 드림’ 정책이 신호탄이었다. 2023년 12월 선보인 이 정책은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원을 지원하는 플랜이다.
기존에 정부가 지급하던 부모 급여, 아동 수당, 보육료 등 7200만원에 인천시가 2800만원을 더해 총 1억원을 채워준다. 인천시가 별도로 지원하는 내용은 ▷1~7세까지 연 120만원씩 840만원 ▷8~18세까지 월 15만원씩 1980만원 ▷12주 이상 임산부 교통비 50만원 등이다. 이를 위해 인천시와 관내 시·군·구는 353억원의 재원을 이 사업에 투여했다. 2024년 12월12일 현재 4만800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고 인천시는 밝혔다.
이 정책의 특징은 영유아기에 집중되던 기존의 지원 정책을 출산 이전부터 18세까지 쉼 없이 지원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정부 지원이 0세에서 7세에 집중된다면 인천시는 ▷임산부 ▷0~7세 ▷ 8~18세 등 구간별로 별도의 지원금을 보태주는 식이다.
인천시는 “이 정책 발표 이후 정당과 지자체, 기업에서 유사한 정책이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파격적 저출생 극복 정책의 이슈를 인천시가 선점했다는 말이다.
2024년 들어 정치권과 민간 기업에서 출산 지원책이 줄을 이었다. 자녀 1인당 1억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부영그룹을 비롯해 쌍방울, 롯데, 금융권 등 많은 민간 기업이 저출생 극복 대열에 합류했다.
2024년 7월 저출생 극복 정책 2호로 불리는 ‘아이(i) 플러스 집 드림’이 저출생 추세 반전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른바 ‘천원 주택’으로 불리는 지원책이 ‘아이(i) 플러스 집 드림’의 대표 상품이다. 신혼 부부가 1일 임대료 1천원을 내면 거주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천원 주택’ 정책은 신혼부부와 신생아 가구가 집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정주 환경을 제공하는 인천형 주거 정책이다.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이 월세 3만원으로 완화되는 셈이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2024년 7월 시청 브리핑룸에서 인천형 저출생 극복 주거정책인 ‘아이(i) 플러스 집 드림’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인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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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책은 두 개 경로로 추진된다. 먼저 인천시가 보유한 공공임대주택을 헐값에 임대하는 방식이 있다. 또 신혼부부가 살고 싶은 시중의 주택(아파트 전용 면적 85㎡ 이하)을 구하면, 인천시가 집 소유주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신혼부부에게 빌려준다.
천원 주택은 결혼한 지 7년 이내의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최초 2년, 최대 6년까지 지원하며 연간 1000호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시는 “천원 주택은 민간 주택 평균 월 임대료인 76만원의 4% 수준”이라며 “주거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천원 주택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호응도에 고무된 인천시는 수혜 가구를 더 늘리는 쪽으로 계획을 잡아가는 중이다. 강성옥 인천시 대변인은 “천원 주택과 같은 저출생 정책이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천 가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자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반향이 크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인천 출신 가수 백영규 씨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쓴 가사에 선율을 입힌,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노래 ‘결혼예찬’을 만들었다. 백씨는 자신의 유튜브에 인천시 천원 주택 정책을 소개하는 글과 함께 이 곡을 올리기도 했다.
자료 : 인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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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임대료 3만원 주택 연 1000호 공급 목표
저출생 극복 3호 정책은 ‘아이(i) 플러스 차비 드림’ 정책이다. 기존의 인천 아이(i)-패스(K-패스 카드)와 연계해 출산 가구에 최대한 많은 교통비를 돌려주는 사업이다. 이미 인천시는 시민에게 연령에 따라 대중교통 이용비의 20~30%를 환급하는 인천 아이(i)-패스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에 더해 2025년에 첫째 아이를 출산한 가정의 부모에게는 아이가 7세가 될 때까지 각각 50%, 둘째 아이 이상을 낳은 부모에게 각각 70%까지 환급액을 올려줄 예정이다.
‘인천 아이(i)-패스’ 사업은 인천 시민들이 뽑은 유정복 시장 취임 2년 차 성과 1순위 정책으로 꼽힐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24년 5월 시행한 이 사업은 시행 5개월 만인 9월 25일 기준, 누적 이용자 수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용자 중 56.4%가 인천 아이패스(I-패스) 이용 후 대중교통 이용 횟수가 늘어났다고 응답했으며, 90.3%가 사업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인천 아이패스 이용자 20만 명 중 청년층이 12만4407명(61.6%)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어떤 정책이든 일회성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지속 가능하자면 재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천시는 인천형 저출생 극복 정책은 극적인 효과와 함께 높은 가성비를 갖추었다고 인천시는 강조한다. 이들 인천형 저출생 극복 정책 시리즈에 드는 1년 예산 2025년 기준)은 731억6300만원으로 추산된다. 2025년 인천시 전체 예산 14조9396억원의 0.5%에도 못 미치는 규모라고 인천시는 밝혔다. 이 사업에 드는 향후 5년간의 추계 예산도 6000억원 아래를 맴돈다. 인천시는 “지난 19년간 380조원의 예산을 투입한 대한민국 저출생 극복 정책의 성적표에 견주면 인천시의 저출생 극복 정책의 효과는 탁월하다”고 자평한다.
인천시의 성과는 인구 반등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인구 정책에서 이처럼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인천시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어떤 문제를 푸는 출발점은 당사자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다. 인천시는 저출생 극복과 관련한 기존 청년 정책이 ‘고용’ 문제에 국한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작 청년들이 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고충은 제대로 수렴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뒤따랐다. 청년층(만 19~39세)의 정주(定住) 욕구는 일자리 외에 육아 친화적인 환경에도 좌우된다.
이와 관련된 여건을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찾고자 인천시 산하 인천연구원은 2022년 ‘인천시 육아 친화 환경 조성방안’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는 ‘청년기본법’과 ‘인천광역시 청년 기본 조례’에 따라 시행 중인 ‘인천시 청년정책 기본 계획(2020~2024)’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인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청년의 정주 의사는 교육환경 만족도, 아동·청소년이 존중받는 정도에 연동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은 가족 형성 시기여서 개인 차원의 지원보다는 가족 단위로 정책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기존의 인천시 청년 정책의 대부분은 일자리 분야에 초점이 맞춰줬고, 복지 정책 또한 취업과 경제적 독립에 치중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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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청년들의 마음을 읽어내다
이 보고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이 지역사회에서 정착해 살아가자면 생애주기에 맞춰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다방면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2022년 인천시 정책 중에서 육아 친화와 관련한 사업 대부분은 중앙정부 주도의 사업에 지방비를 매칭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지자체와 지역 사회가 자체적으로 양육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권한과 예산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또 시·군·구별로 육아 친화적 환경 인프라도 들쭉날쭉하다. 예컨대 연수구와 서구의 경우 보육·돌봄, 보건·의료, 교통·안전 관련 육아 기반이 취약하고, 공원·녹지 인프라는 강화군, 옹진군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진단이 대표적이다. 육아 인프라 접근성에서는 강화군·옹진군·중구가 모든 영역에서 미흡한 편이어서 신규 시설 공급은 물론 기존 시설로의 접근성도 향상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천시 인구 정책에 최근 파란불이 들어왔다지만 긴장을 늦추기는 이르다. 2021년부터 시작된 인구의 자연 감소(출생아 수 〈 사망자 수) 추세는 고령화 시대의 또 다른 그림자를 드리운다. 다만 외부에서 전입하는 인구가 자연 감소 규모를 앞지른 덕에 인천시 전체 인구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2만6000명이던 인천시의 출생아 수는 2023년 1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1만3000명에서 1만8000명으로 증가해 2021년부터 자연 감소가 진행됐다. 2023년에는 약 5000명이 자연 감소해 자연 증감률은 -1.5%를 기록했다. 부산(-4.1%), 대구(-3.0%), 대전(-1.9%)보다는 느리지만 경기(-0.5%), 울산(-1.0%), 서울(-1.3%)보다는 빠른 흐름을 보인다. 인천연구원은 “인구 자연 증감률의 하락은 합계출산율 하락과 부모 세대 인구 감소, 고령 인구 증가 등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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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 송도 등 신도시 인구 유입의 효과
자연 감소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인구가 늘어난 것은 인천시 인구의 ‘사회적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2024년 기준 지난 3년간 30~40대 중심으로 순유입된 인구는 인천시 전체 인구 증가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최근 3년간 순유입된 인구는 연령대별로 30~4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자녀 세대인 유소년 인구도 함께 유입되는 효과로 인해 인천시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송도·검단·영종·청라 신도시는 인천의 성장판 역할을 한다. 사진은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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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구원은 “인구 유입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및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등에서의 신규 주택공급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2024년 8월 발행한 〈인천시 장래인구 추계 결과와 시사점〉에서 밝혔다. 이는 40대 이하는 감소하고 50대 이상이 증가하는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40대 이하 연령대의 비중은 2013년 70.1%에서 2023년 58.4%로 지난 10년간 11.7%p 하락했다. 나아가 인천시 인구는 향후 10년 이상 증가세를 보이지만 2037년 이후에는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계 통계청의 전망이다. 인천 인구는 2022년 297만5000명에서 2037년 312만6000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이후 감소세에 접어들어 2052년에는 296만4000명 선으로 밀릴 것으로 전망됐다.
2052년까지의 인천시 인구 감소 수준은 -0.4%로 다른 지역에 비하면 비교적 미미한 편이기는 하다. 서울과 여타 광역시의 경우 인구 감소 수준이 두 자릿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천시의 총인구 감소 전망치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고령화 등 인구 구조의 변화는 피해갈 수 없는 도전이다. 2052년 인천시 고령 인구 비중은 수도권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되며, 생산연령인구는 수도권 중 가장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진단을 기초로 인천연구원은 일과 생활의 균형 지원 체계를 강화해 출산에 따르는 불이익을 제거하는 데 정책을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지역별 육아와 돌봄을 돕는 시스템 구축에도 방점을 찍었다. 인천은 지역별로 인구 구성과 인프라 조성 등이 제각각이라 각기 특성에 맞는 양육지원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신도시가 들어서는 서구와 연수구의 경우 자녀가 있는 30~40대가 주로 유입된다. 이 지역의 경우 자녀 돌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육아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 돌봄을 제공하는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인천연구원은 “신도시 아파트 단지 내에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해 부족한 육아 인프라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을 돌보미로 활용하거나, 아파트의 거점 공간을 돌봄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인천시는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구 변동에 관한 정확한 모니터링과 분석에도 공을 들여왔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어 인구 변동의 동향과 결정 요인을 파악하고, 인천 관내 인구 불균형 추이를 추적했다. 인구 특성상 특이성을 보이는 지역을 골라내 권역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런 성과와 연구를 바탕으로 인천시는 중앙정부 를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인구 감소 추세와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한 제언(提言)이 대표적이다.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이 입주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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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1극 공화국 체제’에 대한 반론
유정복 인천시장은 2023년 12월 ‘아이(i) 플러스 1억 드림’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앙정부에 출생 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 시장은 “정부가 2006년 이래 저출생 해결 명목으로 3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되레 0.7명대로 뒷걸음질했다”면서 “중앙정부는 예산 나눠먹기식 부처(部處) 이기주의에서 탈피해 가성비 높은 정책 위주로 전략 기조를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 연장선에서 ▷산발적 보조금 제도의 전면적 개편 ▷지방재정 지원을 위한 예산 제도 신설 ▷결혼과 출산이 희망이 되는 사회 분위기 조성 ▷이민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 등의 세부 정책을 제안했다.
유 시장은 “인천의 선제적 출생 정책이 국가 출생 장려 시책으로 이어지고, 국가 차원의 저출생 극복 종합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에 강력히 건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실로 정부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저출생 대응 예산을 꾸준 늘려왔다. 2023년까지 정부 부서별로 배정된 관련 예산은 380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출산율 감소 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2024년 3분기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떨어져 있다. 38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출생아 수는 급감하고 있다. 1982년 85만 명이던 출생아 수가 2002년 49만 명으로 줄어들더니 2023년엔 23만 명으로 주저앉았다.
이처럼 인천은 예전의 인천이 아니고자 한다. 인천은 서울의 관문이자 위성 도시의 지위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서울의 구심력에 휘둘려 원심력이 작용하는 도시라는 게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의 저자 허동훈 박사의 해석이었다. 예전까지 인천의서비스업은 서울에 의존하면서 비슷한 규모의 여타 광역시에 견줘 발전이 더딘 편이었다. 일은 인천에서 하면서 주거는 좋은 학군과 주거를 찾아 서울로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는 것. 송도에 정주 여건을 갖춘 신도시가 건설되고, 경제자유구역이 조성되면서 비로소 인천시가 자족 도시로 거듭날 토대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인천시청 옆 인천데이터센터(IDC) 외벽에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성공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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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역으로 인천시가 50% 넘는 인구가 수도권에 쏠리는 대한민국 인구 분포가 정상적이냐고 되묻는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서울에 모든 가치가 집중되는 ‘서울특별시 1극 공화국 체제’를 경계한다. 현행 구도가 저출생뿐 아니라 부동산, 교통, 일자리, 교육, 문화, 환경에까지 국민 생활에 엄청난 주름살을 안긴다는 이유에서다. 인구 집중은 경쟁 심화를 부르고 주택과 양육 부담을 느낀 젊은 층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하는 결과를 빚었다. 이는 서울과 부산, 인천 등 대도시 합계출산율이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점에서 증명된다는 게 인천시의 시각이다. 인천발(發) 저출생 반전(反轉) 신호는 이 도시의 야심 찬 미래 설계의 원천이기도 하다.
인구 300만 명에 면적 1000㎢의 인천은 바다, 육지, 공항, 항만을 겸비해 글로벌한 공간으로 시역(市域)을 확장하는 여건을 갖췄다. 인천시는 1883년 인천 개항,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에 이은 도시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제3의 개항’ 작업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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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톱 10 도시’, 서해안축의 꿈’
이와 관련해 인천시는 ‘글로벌 톱 10 도시’로의 비상을 공동체의 목표로 세웠다. 2023년 7월 제정된 ‘인천광역시 글로벌 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에는 ‘글로벌 도시’의 개념이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글로벌 도시’란 ▷도시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세계인들이 경제활동을 하기에 좋은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혁신적인 도시구조·정주여건·법제를 완비해 ▷세계 정치·경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대한민국을 선도하는 도시를 말한다.
이 조례에 따라 인천시장은 ‘인천광역시 글로벌 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4년마다 수립·시행하게 된다. 또 인천시는 경제·산업, 사회·문화, 인프라·환경 등 도시 경쟁력을 구성하는 지표도 도출할 예정이다.
글로벌 도시 조성과 더불어 인천시는 생활권을 공유하는 인근 도시와의 ‘서부 수도권 연합’ 형성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부천(85만), 김포(50만), 시흥(50만), 안산(65만) 등과 경제적·사회적 연계를 통해 인구 550만 규모의 경제권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 이를 통해 경부축, 강호(강원·호남)축에 대응하는 서해안축을 구축해 인천시와 서해안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인천 서구는 2023년 4월 인구 수가 60만 명을 돌파했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 인구 60만 도시는 서울 송파구에 이어 두 번째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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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로컬 저널리스트 다나카 데루미는 저서 〈인구의 진화〉(더가능연구소 출판)에서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주민 의식이 줄어들고 포기감이 형성된다”면서 “이른바 ‘마음’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공동체가 오그라들면 거주민들의 자신감, 자부심, 자랑거리도 덩달아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관계 인구 개념을 정립한 메이지대학 오다기리 도쿠미 교수는 “‘자랑의 공동(空洞)화’ 문제가 심화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은 분위기가 다르다.
인천시는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신혼부부 혼인 건수 등이 상승곡선을 그린다. 나아가 세계와 경쟁해 대한민국에 기여하는 성장거점도시로의 자리매김을 꾀한다. 이는 인구 인프라가 도시의 미래를 받쳐주리라는 믿음이 있어 추진 가능한 비전이라고 인천시는 설명한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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