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 주최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근에서 25일 열린 ‘윤석열 퇴진하고 평등세상으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축복식을 하며 꽃잎을 뿌리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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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이 20·30대 여성들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국회 앞 촛불집회 참여자 42만명 중 3분의 1은 2030 여성이었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장애인·농민·노동자의 시위·농성 현장에 후원금과 후원 물품을 보내고 있다.
무엇이 2030 여성들을 시위의 장으로 이끌었을까.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성별 임금격차 1위를 차지하는 등 성차별 문제가 구조적으로 박혀 있다. 2030 여성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을 통계로 살펴봤다.
연 소득 2400만원···임금격차 OECD 1위
한국은 성별 임금격차가 31.2%로 OECD 회원국 34개국 중 1위다. 임금노동자의 소득을 줄 세웠을 때 중간값(중위임금)을 비교해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31.2% 정도 덜 받는다는 뜻이다. 한국의 성별임금 격차는 OECD 회원국 평균(12.1%)의 2.6배에 달한다.
통계청은 지난해 15~39세 여성의 근로·사업 소득은 2447만원으로 청년 남성(3408만원)의 71.8%에 그쳤다고 밝혔다. 2022년 기준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1만8113원, 남성은 2만5886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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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 중 하나로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꼽았다. 남성들은 언제든 장시간 노동에 대비할 수 있는 ‘온콜’(대기 상태)인 대가로 높은 보수를 받는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택하고, 여성들은 육아 등 돌봄을 위해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골딘 교수는 “남성은 가정도 갖고 커리어의 속도도 낼 수 있는데, 그것은 여성이 커리어의 속도를 늦추고 가정 일을 챙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벌이 가사노동, 남성 54분vs여성 3시간7분
한국 여성들은 20대에 취업한 후 30~40대에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현상을 다른 OECD 회원국보다 도드라지게 겪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자녀가 없는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78.7%였지만, 자녀가 있는 30대 여성은 53.5%에 그쳤다. 한국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30대부터 출산·육아로 점차 감소하다가 40대 중반부터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M자형 곡선을 이룬다. 반면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5개국에서 여성 고용률은 40대까지 점점 늘어나다가 50대부터 감소하는 포물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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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유독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자녀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은 OECD 회원국 중 최장시간 노동국가라는 특수성과 무관치 않다. KDI는 최근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졌는데, 아이를 낳은 여성의 비중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0∼34세 여성의 고용률은 2010년 53.0%에서 지난해 71.3%로 급증했다. 같은 시기 한국의 출생률은 1.23명에서 0.72명으로 줄었다. 일과 가정 양립이 어려우니 출산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은 직장을 다녀도 가사노동 시간이 길다.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기준 맞벌이 부부의 주당 가사노동시간은 남성 54분, 여성 187분이었다.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남성보다 3배 이상 많다. 남편이 외벌이인 경우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 53분, 여성 341분이었다. 여성 혼자 벌고 남성이 전업주부인 경우에도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더 길다. 여성이 외벌이인 경우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 119분, 여성 156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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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관리자 14.6%···유리천장지수 ‘꼴찌’
여성 노동자들은 승진할 때 유리천장에 부딪히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월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29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2년 연속 유리천장지수 꼴찌다. 여성 비율은 고위직으로 갈수록 적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정부·입법부·민간기업에서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OECD 평균(34.2%)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14.6%였다. 통계청은 “관리자 비율에서 남녀 격차가 사라지기까지는 140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김윤나영 기자 nayoung@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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