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강하게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마 후보자는 현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재판이 예정된 점을 들어 직접적 답변은 피하면서도 "우리나라가 왕정도 아니고…", "비상계엄을 선포하길래 AI 기술로 KBS가 해킹을 당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마 후보자에 대해 '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고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 후보자는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12.3 사태 당시의 경험을 묻는 질문에 "제가 TV를 보다가 채널을 바꿨는데 중간 부분부터 실제 생중계를 봤다"며 "(윤 대통령의) 이야기 내용이 격한 말씀을 하더니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하길래 순간 'AI기술이 뛰어나다', 'KBS가 해킹을 당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 후보자는 석동현 변호사 등 윤 대통령을 돕고 있는 법조인들이 '정권을 잡은 현직 대통령이 무슨 정권 찬탈 목적이 있느냐'며 내란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 주장을 펴고 있는 데 대해 "저는 그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가 민주공화정인데, 왕정도 아니고 어떻게 대통령이라고 해서 내란죄의 주체가 안 될 수 있다고 하겠느냐"고 일축했다.
마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주장한 '야당이 폭주를 했다'는 것이 계엄 선포 요건이 된다고 보는지 묻자 "단순히 그 부분 가지고는 쉽게 그렇게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일반적으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헌법이 예상했던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으로 쉽게 생각되지 않는 경우"라고 답했다.
'국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의 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헌법이나 계엄법 규정에 비춰보면 그 부분에 대해서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쉽게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즉답했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는 주장에 대해 마 후보자는 "'1시간, 2시간이기 때문에 내란죄가 아니다' 그런 주장은 너무 거칠다"며 "그것(시간이 짧다는 것)이 결정적이거나 무조건 그렇게 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목적 달성을 못 했으니까 내란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론상(의 답변)"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 권능이 시간적으로나, 국회의원들이 심리적으로 다소 압박 을 받는다거나 하는 상황들이 생기면 이론상으로는 그때 이미 (내란죄의) 기수가 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마 후보자는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통치행위여서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반론을 전제로 "통치행위가 명백히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됐다고 보지 않는다면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지만, 내란죄의 경우에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다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백히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 행위는 통치행위의 형식을 빌리고 있다고 해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고, 내란죄의 경우는 특히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다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12.3 계엄은 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되지 않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구체적 사안이고 현안이기 때문에 재판을 담당할 후보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답변을 드리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마 후보자는 또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를 이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와 비교해볼 때 어느 쪽이 더 중한 헌법·법률 위반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탄핵소추 사유 자체를 놓고 보면 내용이나 위반된 법률 내용이나 모든 것에서 후자(윤 대통령 탄핵사유)가 더 중하다"고 했다.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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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후보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헌법재판관·대법관 임명권 등 권한행사 범위에 대한 현안에 대해서도 비교적 명료하게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정치권 최대 현안인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 문제에 대해 "제가 이해하는 헌법 규정과 헌법의 내용에 비추어보면, 국회 선출 몫인 헌법재판관 3 인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선출을 한다면 임명권자가 임명을 해야 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 야당 청문위원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함부로 강행하면 탄핵심판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는 질문에 마 후보자는 "피소추인 입장에서는 '헌법재판관 9인 중 3인에게 이런 문제가 있으니 재판부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마 그런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고 '탄핵심판 무효화' 주장은 일축하면서 "헌법재판소가 그 점에 대한 명확한 헌법적 해석과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마 후보자는 다만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가결 요건을 151석으로 보는냐, 200석으로 보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상황 같다"고만 하고 답을 피했다.
마 후보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법관 임명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재강조했다. 마 후보자는 "대법원장이 실질적으로 관련 법관에 대해 제청권을 행사했고, 대통령이 그 제청을 수용해서 국회에 임명동의요청서를 보냈고, 국회가 오늘 이 청문회를 거쳐서 저를 대법관으로 적격하다고 판단해주신다면 실질요건은 다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자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법관을 임명하더라도, 탄핵소추안 의결 이전에 대법원장의 제청, 대통령의 제청 수용 및 대통령의 인사청문 요청이 완료됐고,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국회의 인사청문을 통한 동의 절차도 거쳤다면 그와 같은 대법관 임명은 삼권분립 등 헌법상 제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소속 이춘석 위원장과 청문위원들은 이날 오후 6시10분께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전체회의에 상정, 채택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자'는 대법관·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며 청문회 등 임명 절차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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