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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시가총액 1위의 굴욕…5만원 '늪'에 빠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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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 = 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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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세연 기자]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 1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움직이고 있다. 52주 신고가 대비 주가는 39.7%, 시총은 약 6개월 만에 200조원 이상 빠졌다. 반도체 업황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이 뒤처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국내 정치·경제 리스크도 악재로 작용했다. 4분기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가운데 내년 전망도 잿빛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47분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0원(0.19%) 내린 5만3500원에 거래 중이다. 52주 신고가 (7월10일, 8만8800원) 대비 39.7% 하락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종가 기준 지난 10월 16일부터 50거래일 연속 '5만전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하락세를 지속한 삼성전자 주가는 7월1일 대비 34% 감소했다. 지난 11월 4일(4만9900원)에는 4년 5개월 만에 '4만전자'로 내려앉기도 했다. 주가가 떨어지자 고점 당시 524조원에 달하던 시가총액은 지난 27일 종가 기준 205조원 빠진 319조원으로 무너졌다.

상반기 10만전자 기대감 속에 있던 삼성전자 주가는 블랙먼데이(8월5일)를 기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미국발 'R(Recession·침체)'의 공포와 함께 인공지능(AI)이 투자 대비 수익에 직결되지 않는다며 'AI 거품론'이 부상, 당시 삼성전자는 8200원(10.30%) 빠진 7만1400원을 기록하며 8만원 선을 내줬다. 시총 1위의 급격한 하락과 다른 대형주들의 부진으로 코스피 역시 8.77% 급락했다.

블랙먼데이는 일시적인 충격에 그쳤지만 삼성전자 주가 부진은 지속됐다. HBM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진 탓이다. 삼성전자는 AI 열풍 속 현재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 기업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들어가지 못했다. 경쟁사인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엔비디아에 AI 칩셋을 독점적으로 생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HBM)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9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도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3분기 반도체 부문 디바이스솔루션(DS) 매출은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흑자 전환한 영업이익이지만 같은 기간 경쟁사 SK하이닉스(7조3000억원)에 3조1645억원 격차를 허용하며 밀렸고, 하향 조정된 시장 기대치(4조~6조)마저 못 미치는 수치다.

4분기 실적도 부진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연결 기준 4분기 연결이익은 9조1593억원, 당기순익은 8조4175억원으로 추정된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9조9000억원에서 8조3000억원으로 하향한다"며 "4분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PC, 모바일 부문 과잉 재고에 따라, 출하량을 늘리기 위해선 추가 가격 인하가 필요한 상황, 이에 동사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4분기 출하량 또는 평균판매량단가(ASP)도 기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익 모멘텀(상승여력)이 사라진 가운데 국내외 정치·경제 리스크에 외인이 떠나가고 있는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지난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는 현재 탄핵 정국으로 전환됐다.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강달러 현상이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450원을 돌파한 지 오래됐고, 내년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4원 내린 1468.8원에 출발했다.

외인은 삼성전자를 지난 7월부터 이달 26일까지 18조3718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인 보유율은 55.90%에서 50.56%로 축소됐다.

이 같은 배경에 증권가도 잇따라 삼성전자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이날까지 나온 13개 증권사 중 12곳이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12곳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7만5300원이다. 상반기 KB증권이 제시했던 가장 높은 목표주가(13만원)와 격차는 5만4700원이다. 하반기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총 세 차례 하향 조정, 지난 26일 목표주가는 7만원으로 내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이 과도하다며 밸류에이션(가치) 매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반등 모멘텀으로 ▲HBM3E 12단 공급량 확대 및 6세대 HBM (HBM4) 시장에 조기 진입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에 따른 시스템 집적회로(LSI)실적 개선 등을 꼽았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25년 HBM3E 12단 공급이 기대되는 가운데 현 주가는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 기준 0.92배로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다"며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세연 기자 seyeon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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