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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천장 뚫린 환율에 산업계 ‘초비상’…최대 리스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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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부산 남구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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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등한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해외 투자 비용 증가 등으로 기업들은 내년 사업 계획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27일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를 돌파했다. 불확실성으로 인해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국내 산업계의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로 결제하는 수출 비중이 큰 기업에는 단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지만, 많은 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외 투자 비용 증가로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제품을 파는 수출 기업이 유리하다는 공식이 통했다. 그러나 수출선 다변화로 미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통화로 판매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러한 수혜는 줄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대신 해외 현지 투자 및 생산이 늘었고,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원자재 수입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 부담도 늘어다.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딜레마로 골머리를 앓는 대표 업종은 반도체와 자동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기아 등은 환율 상승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당장은 제품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수입하는 웨이퍼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환율 급등으로 시설 투자 및 반도체 장비와 설비 구입비용이 증가하면서 투자비가 상당 부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이 미국에 배터리 공장 신·증설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강달러로 인한 투자액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역시 예전에는 국내 생산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 시 달러로 결제되는 외화 매출의 혜택을 받았지만, 해외 생산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현재에는 이러한 수혜가 크지 않다. 환율 상승분 중 일부는 부품, 원자재 비용이나 현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차량 수입 대금을 수입국 통화로 결제하는 수입차 브랜드들도 환율 상승에 따른 리스크에 고민이 크다.

한국GM의 쉐보레, 스텔란티스, 테슬라 등은 수입 계약 시 약정해놓은 달러 금액으로 대금을 지급해야하는데 환율 상승에 수입 단가가 높아지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신차 출시를 앞둔 수입차업계는 가격 결정에 고심이 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수입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화 비용 비중이 큰 항공업계는 환율 변동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항공사들은 리스비와 유류비, 정비비, 공항 관련비 등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일 경우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 유가가 올라 유류할증료가 가중되면 소비자들이 해외여행을 미루거나 취소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문제는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내 정치적 혼란으로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라며 “환율이 기업들의 최대 리스크가 됐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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