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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경제계-투자자, 상법개정 이견…합병·분할시 자본거래 규제엔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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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8단체-참여연대 '밸류업과 주주보호 쟁점과 과제' 세미나

상법 개정반대 "기업경쟁력 약화"…찬성 "근본적 문제해결"

국회에서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거나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신설하는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경제8단체와 참여연대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이사 의사결정이 더뎌져 기업 경쟁력이 약해진다며 개정을 반대하는 의견과 주주보호 관련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아시아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상법 개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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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8단체와 참여연대가 27일 서울 중구 상의화관에서 '밸류업과 주주보호의 주요쟁점과 과제'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고 밝혔다. 경제8단체는 대한상의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다. 세미나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상법·지배구조 전문가, 기업 관계자 약 80여명이 참석했다.

경제계와 투자자 측은 이사 충실 의무 확대 또는 주주 보호 의무 신설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박일준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상법 개정은 지배주주 외 일반주주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자본력을 보유한 해외투기펀드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특히 중견·중소기업은 분쟁 대응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김종보 소장은 환영사를 통해 "주주 대상 충실의무를 반영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상법 개정안에 주주보호 의무 관련 입법례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용수 건국대 교수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의무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며 "구체적 행동지침과 책임 범위 등이 제시되고 판례가 축적될 때까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 실무관행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법 해석에 대한 기업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마련된 주주 보호수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현행법상으로도 회사 손해 발생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주주 직접손해가 발생하면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향후 이사의 주주 보호의무는 상법 개정이 아닌 현행법 해석론과 판례 발전을 토대로 구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법을 개정하면 기업 가치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인엽 동국대 교수는 "상법 개정으로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탈취가 현실화되면 기업은 단기실적에만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밸류업의 핵심은 기업성과"라며 "세계적으로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총주주 이익을 우선하라'는 모호한 개념이 상법에 도입되면 이사는 배임 우려로 어떤 의사결정도 하지 못해 기업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법 개정을 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에 비해 한국 주주이익 보호가 미흡하다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조직재편 등 회사의 의사결정이 일반 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법원이나 이사회가 심도 있게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주주보호 의무를 명문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합병·신주발행·투자 등 가이드라인 마련, 임원책임배상보험 현실화, 업무상 배임죄 기소지침 제정 등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정부 개정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주주보호 절차를 명시한 4대 자본거래 외 주주이익 침해행위도 있는 만큼 주주보호 일반원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언급한 4대 자본거래는 자본시장법 165조의 4에 규정된 합병, 분할, 중요한 영업자산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등 4가지 거래 행위를 의미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주주보호 규제가 마련돼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상법에 전체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 원칙을 선언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했다.

다만 경제계와 투자자 측은 합병·분할 등에 관한 자본시장법 개정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었다. 합병가액 산정기준이나 물적분할 후 상장사 기존 모회사 주주에 대한 신주배정 등 문제가 되는 사례에 대한 '핀셋 규제'를 할 필요는 있다고 봤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자본시장법을 통해 문제사례만 핀셋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국회 공청회 등 입법 진행경과를 지켜보며 다른 경제단체들과 함께 상법·자본시장법 등 개정안이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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