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국경경비대가 26일(현지시간) 억류한 유조선 이글 S호.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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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발트해에서 러시아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저 중요시설 공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유럽의 중요 인프라를 공격해 혼란을 부추기는 러시아의 ‘그림자 전쟁’이 확산되면서 이를 막으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와 러시아의 충돌도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 경찰과 국경경비대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발트해 해저 전력케이블 ‘에스트링크-2’ 손상을 일으킨 것으로 의심되는 유조선 ‘이글 S호’를 억류하고 선박 승무원들을 조사 중이라고 BBC,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스트링크-2는 핀란드에서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국가로 전기를 수출하는 데 주로 이용되는 송전케이블로 전날 돌연 가동이 중단됐다. 에스트링크-2 외에도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독일을 각각 잇는 통신케이블 총 4개가 추가로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파로 전력공급 차질 등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핀란드 헬싱키와 독일 로스토크 간 통신이 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수사당국은 이글 S호가 고의로 닻을 내려 케이블을 절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질랜드의 속령인 쿡 제도에 등록된 이 유조선은 러시아에서 이집트로 휘발유를 운반하던 중이었는데, 사고 지점 인근에서 속도를 급격히 줄이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핀란드 언론들이 보도했다. 핀란드는 이 선박이 러시아가 석유제품 수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사용하는 ‘그림자 함대’의 일원인 것으로도 추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 공동명의로 낸 성명에서 “유럽의 중요한 인프라를 고의로 파괴하는 모든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러시아의 전쟁자금을 대고 안보와 환경을 위협하는 러시아 그림자 함대에 제재 등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소속 8개국이 인접해 있어 ‘나토의 호수’라고도 불리는 발트해는 나토에도, 러시아에도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역이다. 러시아는 발트해 칼리닌그라드에 부동항 해군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방 제재를 우회해 무기와 원유 등을 운송하는 데도 활용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이 지역에는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유조선을 호위 중이던 러시아 군함이 독일군 헬리콥터에 플레어(미사일 회피용 섬광탄)를 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발트해 해저 인프라에 대한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추정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이 일어났고, 최근에는 러시아가 배후로 추정되는 케이블 절단 사건이 이어졌다.
지난달 핀란드와 독일, 스웨덴과 리투아니아를 잇는 해저케이블 2곳이 갑자기 끊겼는데, 당시에는 중국 선적의 벌크선 ‘이펑 3호’가 자동식별장치를 끈 채 닻을 내리고 주변 해역을 180㎞ 이상 항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국들은 이펑 3호가 러시아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고 고의로 해저케이블을 훼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나토는 최근 발트해 해저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설립하고 러시아 공작 증거를 수집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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