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상정하면서 ‘가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151명)’이라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 앞으로 몰려가 “원천 무효” 등을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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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온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한 총리는 즉시 직무정지돼 헌법재판소 심판으로 넘겨졌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러한 초유의 상황을 초래한 책임은 12·3 내란의 우두머리인 대통령 윤석열을 비호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지연·방해하는 집권세력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3명의 헌법재판관을 조속히 임명해 헌법재판소 ‘9인 체제’를 갖춤으로써 정국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한 총리 탄핵안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의 가결 정족수를 놓고 ‘대통령’에 맞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200명)로 할지, ‘국무총리’로 보고 재적의원 과반수(151명)로 할지 여야 주장이 엇갈렸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는 직의 파면을 요구하는 것이고, 탄핵소추 대상자는 국무총리”라며 재적 과반이 가결 정족수라고 밝히고 표결을 진행했다.
이번 탄핵안은 한 총리가 마은혁·정계선·조한창 등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것으로, 탄핵안 가결은 한 총리가 민의와 헌법을 거스르고 내란범 편에 서면서 자초한 일이다.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은 형식적·소극적 권한 행사여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다수 의견이고, 헌법재판소와 재판관 후보자 3인도 이런 견해를 밝혔는데도 한 총리는 임명을 거부했다. 여야의 후보 추천과 인사청문회, 본회의 선출 등 합법적 절차를 거쳤는데도 한 총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국회로 떠넘겼다. 앞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적극 행사해놓고,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자제’하겠다는 모순적이고 이해불가한 행동을 보였다.
한 총리의 주장은 헌법재판소 ‘9인 완전체’ 구성을 막아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탄핵심판을 최대한 방해하고 지연시키려는 국민의힘에 동조한 것이다.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6인 체제’에서는 1명만 반대해도 기각된다. 탄핵심판의 정당성과 안정성을 위해 9인 체제가 시급하다. 이날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12·3 비상계엄 때 윤석열이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직접 전화해 “(국회 본회의장)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했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뒤에도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감싸며 시간을 최대한 끌어보려 하고 있다. 한 총리 탄핵소추는 여전히 진행 중인 ‘내란 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경제 전문가인 최상목 권한대행은 서둘러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게 국정 혼란을 줄이고 경제 불확실성을 줄이는 길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고 코스피가 2400선까지 붕괴하는 등 경제 지표가 악화하는 것은 대외적 상황 외에도 국내 정세 불안과 불확실성 때문이다. 다음달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북-미 대화 가능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향배 등 외교·안보 상황 또한 엄중하다. 최 권한대행은 조속히 헌재 ‘9인 체제’ 구성을 마무리해, 윤석열 탄핵심판이 안정적으로 될 것인지조차 안갯속인 현 상황을 빨리 끝내야 한다.
국민의힘은 양심이 손톱만큼이라도 남아 있다면 나라를 망가뜨리는 분탕질을 그만둬야 한다. 국민의힘이 한 총리 탄핵안 가결에 반발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정국 혼돈을 가중시키는 행위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행 탄핵안으로 환율과 물가, 대외 신인도, 수출 모든 부분에 있어서 먹구름을 드리웠고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탄핵심판을 방해해 내란 상태를 지속시키고 있는 자신들이 바로 먹구름이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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