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전문가 긴급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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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정국 혼란으로 27일 금융·외환 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정국 수습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정치가 초래한 주식·원화값 급락으로 기업과 소비자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된 정국 혼란이 외국인 자금 추가 이탈, 국가신용등급 강등, 기업 연쇄 도산 등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원화값 급락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 민생 불안을 우려했다. 윤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수권 정당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탄핵해 정부를 올스톱시켜선 안 됐다”며 “원화값이 더 추락하면 에너지·곡물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한대행 탄핵은 대외신인도에도 충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윤 전 장관은 “대외신인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치 안정이 중요하다”며 “국제신용평가사가 대한민국 국가신용등급까지 떨어뜨리면 어마어마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두 번이나 바뀌고 이후에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면서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화값이 더 급락할 수 있고 국내에선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 도산과 금융 부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원화값 급락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다고 해도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한 원화값을 안정시키긴 어렵다”며 “과도한 개입은 외환보유액만 소진하기 때문에 변동성을 줄이는 수준 이상의 과도한 개입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대 최장기 침체에 계엄·탄핵소추 이후 더 악화되고 있는 내수도 문제다.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지만 경제 사령탑 부재로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교수는 “금융 부실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추경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며 “다만 정부에 컨트롤타워도 없고 여야 간 합의도 어려워 추경이 쉽지 않아졌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 역시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우려했다. 그는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의 대외자산이 많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쓸 수 있는 건 외환보유액에 국한되는데, 원화가 기축통화도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외환위기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2의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외환보유액이 많고 외화 부채가 과거처럼 많지 않기 때문에 외환위기,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낙관할 수 없다”며 “경제 측면에서는 굉장히 주의해야 하는 비상 국면”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국가 전체가 상당한 위기 국면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가 담보하는 국채 신용도와 국가신용등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국가신용등급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전후 벌어지는 통상·무역 전쟁에 우리 정부가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국민과 기업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과 직후에 여러 중요한 통상 분야 결정이 내려질 텐데 이 과정에서 한국 입장이 반영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한국의 내부적 사정으로 의사결정이나 입장 전달 창구가 명확하지 않으면 다른 경쟁국에 비해 많은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전기차 부문에서 대중 제재 조치 등 공급망 재편 조치를 더 급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충격파가 한국에 직접적으로 다가올 텐데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최대 13.1% 감소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보편관세 부과 시 한국의 대미 수출은 304억~305억달러 줄고 총수출은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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