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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테라·루나 사태’ 권도형 미국으로 인도된다...“인권 침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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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법무부 “대부분 기준이 美 범죄인 인도 요청에 부합”
권 씨측 ECHR 제소 가능성...신병 실제 인도 늦어질 수도


이투데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창업자가 3월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연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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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씨가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보얀 보조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이날 권 씨에 대해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승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성명을 내고 “범죄의 중대성, 범죄 장소,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 범죄인의 국적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면서 “법률에서 규정한 기준 대부분은 미국 관계 당국의 인도 요청에 부합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몬테네그로 정부가 국익 관점에서 권 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18개월 넘게 권 씨의 범죄인 인도 절차를 둔 혼선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2022년 5월 루나·테라 폭락 사태 이후 도주해온 권 씨는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리고차 공항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항공편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그해 6월 권 씨는 공문서위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징역 4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몬테네그로와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한국과 미국은 거의 동시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며 신병 확보 경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 송환이 결정됐으나, 대법원이 9월 한국 송환을 결정한 하급심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결정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게 넘기면서 번복됐다.

권 씨는 이에 반발하는 헌법소원 제기했으나 24일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이를 기각했다. 이에 다시 최종 권한을 쥐게 된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대법원 결정에 근거해 헌재의 결정이 나온 지 사흘 만에 권 씨를 미국으로 보내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률 전문가들을 인용해 “권씨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미국 사법 제도는 한국에서 받는 것보다 더 가혹한 징역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여서 100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되는 것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경제사범의 최고 형량이 약 40여 년으로 미국보다 낮다.

실제로 권 씨를 기소한 미국 뉴욕 검찰은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FTX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에게 징역 40~50년 형을 구형을 구형했으나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징역 25년 형을 선고했다. 뉴욕 연방 검찰은 권 씨에 사기 혐의를 비롯한 8건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권 씨의 신병을 언제 미국으로 인도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권 씨의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마리야 라둘로비치 변호사는 이날 “보조비치 장관 결정은 권 전 대표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의뢰인과 변호인단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된 결정문이 공식적으로 전달되기 전에는 신병 인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씨 변호인단이 최후의 방어 수단으로 유럽인권재판소(ECHR) 제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권 씨의 범죄인 인도 절차가 몇 달 또는 몇 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

[이투데이/김나은 기자 (better68@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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