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선거 유세에서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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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이민 가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 진영 안에서 전문직 이민자 허용을 두고 내부 갈등이 점화하고 있다. 같은 트럼프 진영이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로 대표되는 기술 자유주의 억만장자들과 백인 노동자 ‘마가(MAGA·전통 트럼프 지지층)’ 그룹 사이의 ‘문화 전쟁’이 불거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발단은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 공동 대표로 지명된 비벡 라와스와미의 지난 26일 발언이다.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우리의 미국 문화는 탁월함보다는 평범함을 너무 오랫동안 숭배해 왔다”면서 미국의 전반적 문화를 미국 내 우수 인재 부족 원인으로 지목했다. 고숙련 기술자 이민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공화당 정치인들은 반발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미국 노동자나 미국 문화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미국 국민에 투자하고 미국 국민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비위 의혹으로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도 “우리는 그들에게 이민 정책을 설계해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우파 평론가 겸 만화가인 스콧 애덤스는 “(마가가)자만심에 빠져 민주당처럼 패배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썼다. 머스크 CEO도 마가 운동을 두고 “경멸스러운 바보들을 공화당에서 쫓아내야 한다.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진영 내의 이런 공방은 기본적으로는 전문직 비자인 H-1B에 대한 것이지만 이면에는 성격이 다른 트럼프 지지 그룹 간 충돌이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2016년 대선 때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에는 전통적 지지기반인 저학력 백인 노동자 그룹에 더해 머스크를 비롯한 빅테크 억만장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빅테크 기업들은 H-1B 확대를 원하고 있으나 전통적 마가 지지자들은 이런 조치가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이번 공방에 대해 “이번 싸움은 마가 운동이 백인 저학력 노동자 계층을 통해 힘을 얻었으나 이제는 대다수가 이민자인 억만장자 기술자, 기업가 등의 통제에 있다는 모순을 드러냈다”면서 미국의 문화에 대한 ‘마가 진영간 내전’으로 평가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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