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별도 일정 없이 업무 보고만 받아
31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수용 여부 밝혀야 하는 상황
경제사령탑 역할까지 흔들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2024.12.27. /사진=조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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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탄핵으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리더십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가 시작됐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경제 사령탑이 외교·국방까지 총괄하는 상황에 내몰린 탓이다. 정치 지형을 고려했을 때 최 권한대행 역시 '탄핵 사정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 권한대행은 제한적인 역할을 예고했다.
29일 정치권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은 지난 28일부터 이날까지 별도의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업무 보고만 받았다. 별도의 입장을 내거나 행보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 총리는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대국민 담화 발표, 국가안전보장회의 소집 등에 나섰다. 지난 15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 우원식 국회의장 예방, 비공개 국무위원 간담회 등에 나서며 국정 정상화를 위해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최 권한대행은 한 총리의 탄핵이 이뤄진 지난 27일 대국민 담화 발표와 국가안전보장회의 소집 외에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았다. 대국민 담화도 서면으로 대체했다.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전례가 없다는 점, 기재부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할 조직이 없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결과로 보인다.
최 권한대행 입장에선 여러모로 난감한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3일 계엄 선포 이후 경제 안정에 집중했다.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했고 경제관계장관회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등도 잇따라 주재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의결 관련 항의하고 있다. 2024.12.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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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확실성에 노출된 우리 경제는 '계엄 청구서'에 시달리고 있다.
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 3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1402.9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7일 1467.5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총리 탄핵소추안 표결을 즈음해 장중 1486.7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1480원대 환율은 2009년 3월16일(1488원)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방어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정부 경제팀이 줄곧 강조해온 외화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올해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여전히 건전한 편이고 외환보유액이 일부 감소하더라도 당장의 큰 영향은 없겠지만, 4000억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다.
내년 1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대외 불확실성에 집중해야 할 최 권한대행이 국정 전반을 챙겨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경제관계장관회의와 F4 회의 역시 과거처럼 정상적으로 주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재부 차관들이 대행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무게감은 떨어진다.
더 큰 불확실성은 최 권한대행이 탄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최 권한대행은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 수용 여부, 헌법재판관 임명 등에 조만간 응답해야 한다. 당장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평생을 관료로 살아온 최 부총리가 '정치적 함수'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최 권한대행이 한 총리와 다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 권한대행 역시 비슷한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27일 "권한대행의 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많은 분이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의 평소 화법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관 임명 등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최 권한대행은 주요 발언 전에 본인이 참석한 국회 회의록을 직접 찾아볼 정도로 발언에 신중한 편이다. 최 권한대행이 그의 표현대로 '제한적 역할'에 나선다면 또 다른 탄핵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벌써 최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에서 최 권한대행을 거론하며 "역할을 대행하는 즉시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내란을 지속시켜 경제를 박살 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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