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악타우 공항 근처에서 발생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엠브라에르 190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조종사 알렉산더 칼랴닌을 추모하기 위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28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아파트 건물 벽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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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최효극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을 "비극적 사건"이라며 사과했지만 오인 격추에 대한 러시아의 명시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영공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우크라이나 드론을 방어하기 위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를 격추한 사건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5일 발생한 참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했는데, 이는 러시아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크렘린궁 성명은 러시아가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고, 이와 관련 형사 사건이 열렸다고만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출발해 러시아 그로즈니로 가던 아제르바이잔 항공 J2-8243편 여객기는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시 인근에서 추락해 38명이 사망하고 29명이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사고가 난 엠브라에르 190 여객기는 예정된 비행경로에서 450km를 벗어나 카스피해 반대편 해안에서 추락해 의문을 자아냈다. 해당 비행기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여러 도시를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 남부 러시아 상공에서 우회 비행하던 중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의 초기 조사 결과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실수로 이 여객기를 격추한 것으로 드러났고, 승객들도 기체 밖에서 큰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바쿠 당국은 항공기 외부에서 기체에 침투한 물체로 인한 손상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외부의 물리적·기술적 간섭"이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 영공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했으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고 밝혔다. 또 "사고 당시 그로즈니, 모즈도크, 블라디캅카스가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을 받고 있었고,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이 공격을 방어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크렘린궁은 민간과 군 관계자들이 조사받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추락 사고로 인한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 기자의 질문에 "푸틴이 책임을 인정한 것 같지만, 나는 그나 내 팀과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월22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바이칼-아무르 주요선(BAM) 건설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철도 산업의 베테랑들과 노동자들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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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드론의 위치추적과 통신 시스템에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GPS를 교란하고, 이를 공중 방어 시스템으로 격추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민항기가 전쟁 지역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곳을 비행할 때조차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후방을 타격하기 위해 드론을 대량으로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은 오랫동안 서방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식민지 유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러시아를 직접 지원하지 않고 있다.

NYT는 그럼에도 러시아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사과한 것은 이들 국가가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국민과 세계 앞에서 약하게 보이지 않으려는 입장을 견지하는데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지적했다.

특히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2020년 아제르바이잔 군이 실수로 러시아 군 헬리콥터를 격추한 사건에 대해 푸틴 대통령에게 곧바로 사과한 바 있다. 당시 아제르바이잔은 신속히 책임을 인정하고 사망한 2명의 러시아 군인에 대해 보상을 제공했다.

2020년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실수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해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 항공 MH17편이 동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사망했다. 네덜란드 조사단은 러시아제 BUK 미사일 시스템에 의한 공격이라고 결론지었으나 러시아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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