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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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3차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아무런 연락 없이 연거푸 소환조사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청구해 신병 확보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는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이날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라고 지난 26일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은 조사 예정 시각인 오전 10시까지 출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으며, 출석 일자 조율이나 출석에 대비한 경호 협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과 25일에 조사받으라는 공수처의 1, 2차 출석 요구에도 모두 불응하고, 별다른 불출석 사유를 제출하지 않았다.
경기 과천시 관문로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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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검찰까지 포함해 내리 4회 불출석한 만큼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이 커졌단 분석이 나온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청을 세 차례 거부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체포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몇 번 소환 요청을 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지만, 보통 세 번 불응하면 출석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지난 9일 국회에서 ‘내란 수괴 구속 수사’ 원칙을 공언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는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위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단과 수사 변호인단 공보 역할을 맡은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중앙일보에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소추가 불가한 ‘직권남용죄’를 고리로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까지 가진다는 것은 궁색한 논리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권 논란이 깨끗하게 정리되면 출석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수사를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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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해 어떤 수사기관이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느냐에 관한 논쟁은 12‧3 계엄 사태 초반부터 이어져 왔다. 검찰은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개시 범죄에 내란죄(형법 제87조)가 없고, 공수처도 공수처법에 적시된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죄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공수처는 공수처법 2조에 규정된 수사 대상 범죄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고위공직자범죄(직권남용)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내란)’로 수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공수처의 수사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검찰‧경찰‧공수처가 중복으로 뛰어든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공수처로 일원화돼 정리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만 직권남용죄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소추가 불가한 만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면 ‘내란죄’를 적시해야 한다. 또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이 발부해줄지는 미지수다. 현직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청구되거나 발부되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편 공수처는 28일 오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로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 자료를 전달받았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 내란을 모의하고 윤 대통령의 지시를 군 수뇌부에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핵심 인물로, 27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기소하며 공소장에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김 전 장관의 검찰 진술까지 확보하게 돼 윤 대통령-김 전 장관-군 수뇌부로 이어지는 계엄 당시 상황을 면밀하게 재구성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보다 명확히 구성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내란죄를 적시한 체포 영장 청구를 목전에 두게 됐다”고 짚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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