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에서 충돌까지 타임라인
오전 8시59분 조종사 긴급구호 뒤
버드 스트라이크 이어졌을 가능성
목격자 “반대편 새무리와 정면 충돌”
이후 고도 높여 복행 과정에서도
엔진 불능 탓 고도·시간 불충분해
활주로 끝 아닌 중간착륙 가능성
랜딩기어 안 내려와 인명피해 커져
국토부, 기체결함 가능성 추후 조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전남소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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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시30분쯤(현지시간) 태국 방콕 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8시54분 무안공항에 도착해 활주로 01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받았다.
이어 3분 뒤 관제탑은 ‘조류 회피 주의(caution bird activity)’ 메시지를 보냈고, 2분 뒤 조종사가 다급히 ‘메이데이(비상 선언)’를 외치는 목소리를 수신했다. ‘메이데이’ 외에 상황을 설명하는 교신도 없었다. 그만큼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바탕으로 8시57분과 59분 사이에 동체 오른쪽 엔진과 조류 사이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선 활주로로 접근하던 항공기 오른쪽 엔진 배출구에서 갑자기 흰색 연기가 배출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무안공항 인근에서 낚시하던 시민은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려고 하강하던 중 반대편에서 날아온 새 무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철새 도래지가 많은 전남 해안 인근 공항은 이 새들이 무리 지어 이동하는 겨울철에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안공항도 공항 주변에 새 군집지로 분류되는 지역이 다수 포진한 곳이다.
버드 스트라이크 직후 항공기는 급격히 통제력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1차 착륙에 실패한 항공기는 재착륙을 시도하기 위한 복행(고어라운드)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항공기는 복행 시 다시 고도를 높여 넓게 공항 상공을 크게 돈 뒤 착륙을 시도하지만, 7C2216편은 1차 착륙을 시도했던 활주로 01방향 역방향인 19방향으로 급히 꺾어 2차 착륙을 시도했다. 이렇게 항공기가 활주로에 비상 동체 착륙한 게 9시3분이었다.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은 항공기는 그대로 활주로서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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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화재가 발생한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충분한 복행 고도와 시간을 갖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이런 이유로 항공기가 활주로 끝부분이 아닌 중간쯤에서 비상 동체 착륙을 해야만 해 오버런 가능성을 키웠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동체 착륙이 랜딩기어를 통한 충격·속도 흡수기능이 없어 더 큰 활주 거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이번 사고에서도 항공기는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해 공항 담장에 충돌했고 이후 폭발하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 항공기가 동체 착륙하고 충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여초에 불과했다. 항공기는 착륙 시 속도는 시속 260∼300㎞로 알려져 있다.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은 이유도 향후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통상 항공기는 엔진이 하나 기능을 상실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엔진이 작동한다면 상당 시간 운항이 가능하다. 또한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조종사들은 엔진 손상 정도에 따라 사고 엔진을 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엔진 두 개에 모두 새가 빨려 들어갔거나 다른 이유로 항공기의 출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랜딩기어 전개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단 항공업계에선 1차 착륙 시도 때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엔진에 충격을 가해 랜딩기어 기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연철 한서대 항공학과 교수는 “엔진이 만약에 작동을 안 하면 유압으로 움직이는 랜딩기어가 그 영향을 받아 정상 작동을 안 할 수 있다”며 “엔진이 두 개 다 문제가 생겼다고 그러면 아무것도 작동을 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혹한 순간 29일 오전 태국 방콕을 출발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접근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의 오른쪽 엔진 배출구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①). 항공당국 등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조류 충돌에 따른 엔진 파손으로 추정된다. 1차 착륙에 실패해 복행한 뒤 비상 동체 착륙한 항공기 후미에서 활주로와 마찰에 따른 화염이 목격된다(②). 이후 항공기는 그대로 미끄러져 활주로 종단 등을 들이받은 뒤(③) 계속 오버런해 공항 담장과 충돌해 폭발했다(④). 유튜브 영상 캡처·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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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복행이 2~3분 사이에 이뤄졌는데 이 사이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조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체 결함 가능성도 향후 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체에 대한 정비 이력 등을 별도로 조사할 계획이다. 항공법 따라 정비 주기가 있고 한데 철저히 지켰는지 보겠다. 특히 사고 항공기의 ‘안전장애’가 많이 있었는지 비교해봐야 할 것 같다. 보고가 있거나 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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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기의 블랙박스(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세부적인 사고 상황과 원인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강진 기자, 무안=이정한·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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