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앞두고 주도권 쥐려 野 압박
야당 공세 수위 높이고 역풍 불 수도
이시바 시게루(위 가운데) 일본 총리가 10월 4일 일본 도쿄 의사당에서 열린 참의원 본회의에 출석해 뒤를 돌아보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예정 시기인 내년 7월에 중의원 선거(총선)도 함께 실시하는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시사했다. 지난 10월 조기 총선을 치른 지 1년도 안 되는 시점을 잡아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총선 카드를 또 꺼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소수 여당으로 전락해 버린 소속 정당(자민당)의 정국 주도권을 내년 정기국회 이전에 회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9일 일본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양원 동시 선거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선거를 동시에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정부 예산안이나 법안을 반대하면 국민에게 민의를 묻는 것이 헌법의 구조"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야당이 중의원 의석의 과반(전체 465석 중 233석)을 차지해 내각 불신임안을 내면 가결된다고도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정기국회 기간인 내년 1월 24일부터 6월 22일 사이에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같은 해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때 중의원 선거도 같이 실시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이시바 시게루(오른쪽) 일본 총리가 지난달 11일 도쿄 중의원 한 회의장에서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와 회담하고 있다. 도쿄=지지·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실제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는 의미보다는 야당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많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지난 10월 27일 총선에서 215석 확보에 그쳐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고, 국회 총리 지명 투표에서도 원내 제4당인 국민민주당의 힘을 빌린 끝에 가까스로 정권을 연장했다. 법안 처리 시 야당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신세다. 정국 주도권을 야권에 내주다 보니, 야당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도 총리를 향한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시바 총리로선 '현 상태로는 내년 정기국회를 원만하게 이끌어 가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아사히는 "선거 준비가 안 된 야당 입장에서 조기 총선은 부담"이라며 "야당의 정권 비판을 억제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요미우리도 "이번 정기국회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공방이 격화할 가능성이 큰데, (이시바 발언은) 야당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이 끝난 지 1년도 안 된 시기에 또 총선을 치르면 정권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 있고, 야당으로선 공세 수위를 높일 게 뻔하다. 아사히는 "야당이 오히려 동시 선거를 하자며 역공을 펼칠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동시 선거가 실시된 적은 1980년과 1986년, 딱 두 차례밖에 없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