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 결혼 예정 조카 내외 봉변”
“3대가 같이 탔는데” “믿을 수 없어”
병원 이송 승무원 “내가 왜 여기에”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 대기실이 마련된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에 모인 여객기 탑승자 가족들은 사망자 신원이 확인되자 “믿을 수 없다”며 오열했다. 사망자의 이름이 한 명씩 불릴 때마다 대기실에선 울음이 터져 나왔고, 유가족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망자 확인이 되지 않은 유가족들은 모은 두 손을 풀지 못한 채 혹시 모를 생존자 소식을 간절히 바랐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희생자 가족이 탑승자 명단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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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무안국제공항에는 희생된 가족을 찾는 유가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소방 당국 관계자가 사고와 구조 상황을 설명하자 유가족들은 가족 이름을 부르짖으며 통곡했다. 유가족들은 공항에 도착한 뒤 사고현장을 찾았지만 당국에 의해 현장 출입이 막히자 “현장을 보게 해 달라”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일부 가족은 공항 직원들의 손과 옷을 붙들고 “우리 아빠 살려 달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유가족들은 참사 소식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사고 항공기에 조카가 탑승했다고 한 60대 여성은 “애 엄마랑 아침에 연락받고 여기로 바로 왔다”며 “신혼인데 연말에 남편이랑 휴가 내고 여행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믿을 수 없다”고 애통해했다. 한 20대 남성은 사고 직전 항공기에 탑승한 어머니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여주며 울음을 삼켰다. 어머니는 착륙 직전인 오전 9시 아들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 하는 중’이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아들은 ‘언제부터 그랬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방금’, ‘유언해야 하나’라고 답했고, 그게 어머니와의 마지막 연락이 됐다고 한다. 40대 남성은 “어린아이들까지 아내 사돈들 9명, 3대가 같이 탔다”고 했고, 50대 남성은 “내년 3월 결혼 예정인 예비 신랑, 신부 조카 내외가 여행 갔다가 이런 봉변을 당했다”며 허망해했다.
마지막 메시지가 될 줄은… 29일 무안국제공항 사고 여객기 탑승자가 가족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카카오톡에는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을 못하는 중”이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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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실종자 대부분이 사망했다”는 당국의 발표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100여명의 유가족은 “추가로 파악된 생존자가 있느냐”, “생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냐”고 애타게 물었고 “안타깝지만 그렇게 보고 있다”는 당국 관계자의 말에 오열했다.
이번 사고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두 명 중 한 명인 승무원 이모(33)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어디가 아프냐”는 의사 질문에 “어떻게 된 일인가요. 내가 여기에 왜 오게 된 것이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항공기 후미에서 서비스를 맡았던 이씨는 왼쪽 어깨 골절과 머리 등을 다쳤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승무원 두 명은 충돌 과정에서 후미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생명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자 가족들이 소방 당국의 사망자 명단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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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항공기에는 가족 단위 탑승객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탑승객 명단을 보면 50∼60대가 80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어린 희생자는 2021년생 만3세였다. 탑승객들은 대부분 광주와 전남 주민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공항은 국내선만 취항해 광주와 전남, 여수와 순천 인근 주민들이 국제선 이용을 위해 무안공항을 찾는 경우가 많다.
무안=이정한·이예림·김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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