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내각 총리를 김덕훈에서 박태성(사진)으로 4년 만에 교체하고, 부총리에 군 출신 김정관을 기용했다. 러시아와의 밀착에 관여한 외무성과 군부 인사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인선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3∼27일 열린 노동당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총리 교체를 비롯한 내각 당·조직 인사가 이뤄졌다고 29일 보도했다. 박태성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진행한 북·러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등 김 위원장의 주요 활동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 온 최측근 중 한 명이다.


박태성은 2014∼2017년 평안남도 당위원회 책임비서를 거쳐 2019년 4월부터 최고인민회의 의장으로 활동했다. 이어 2021년 1월 8기 1차 전원회의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당 중앙위 선전선동부장이 됐다. 그는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위해 설치한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경제 정책 실무를 맡는 내각 부총리에 군 출신 인사가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정관은 김 위원장의 지난해 9월 방러 수행단에도 포함된 바 있어, 향후 대러시아 군수 지원과 이를 통해 받는 대가를 경제 발전에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자원개발상에는 권성환, 상업상에는 김영식을 각각 임명했다. 최선희 외무상과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했다. 최선희는 북러 관계 격상 작업을 진두지휘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되며 리영길은 러시아 북한군 파병 이행과 관련한 인사 조처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번 인사에 대해 “군부 및 북·러관계 인사가 전면에 부상했다”며 “북·미 협상을 주도했던 최선희의 당 중앙위 위원 보선은 향후 대미 협상을 위한 위상 제고 차원과 연동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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