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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9분의 재구성…“메이데이” 다급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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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탑, 착륙 직전 ‘조류 충돌’ 주의 전달한 사실 확인

정부 “활주로 길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 충돌 사고와 관련해, 관제탑이 착륙 직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고기는 이 경고를 받은 지 1분 만에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를 선언했으며, 이후 고도를 급격히 높였다가 다시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활주로 외벽과 충돌했다.

세계일보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 수색 등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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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사고기는 이날 오전 8시 54분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착륙 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관제탑은 조류 활동 경고를 전달했다. 이는 대형 새떼나 몸집이 큰 새가 항공기 주변에서 포착될 때 발령된다.

사고기의 기장은 이 경고 직후 기체 이상을 감지하고, 8시 59분에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국토부는 초기 브리핑에서 이를 8시 58분으로 발표했으나 1분 늦춘 것으로 정정했다.

사고기는 당초 착륙하려던 01활주로 대신 반대 방향의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으나, 9시 3분께 랜딩기어(착륙 장치)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로 활주로에 접근하다 사고를 당했다. 국토부는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쪽 착륙을 허가했고, 조종사가 이를 수용해 착륙을 시도하다 외벽과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새와의 충돌로 엔진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랜딩기어 고장과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다. 랜딩기어는 고장이 나더라도 자동 또는 수동 조작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고기 조종사 2명은 모두 한국 국적자로, 기장은 6823시간, 부기장은 1650시간의 비행 경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각각 2019년 3월과 2022년 2월부터 현 직책을 맡아 B737-800 기종만 운항한 경험이 6096시간, 1339시간에 달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기의 블랙박스 두 개 중 비행기록장치를 수거했으며, 음성기록장치도 추가로 확보해 분석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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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9시 3분께 전남 무안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불길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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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활주로는 공사로 인해 2500m만 사용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B737-800 기종은 1500~1600m 활주로에도 착륙할 수 있다"며 활주로 길이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사고기 탑승자 181명 중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176명이 사망했으며, 3명이 실종 상태다. 이는 국내 항공사고 중 세 번째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로 기록됐다.

국토부는 여객기 사고 조사에는 보통 6개월에서 최대 3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사고기의 제작사가 외국 업체인 점, 기체와 조종 절차, 외부 요인을 모두 조사해야 하는 점이 장기화의 이유로 꼽혔다.

이번 사고는 1983년 대한항공 격추 사건(269명 사망),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225명 사망)에 이어 국내 항공 사고 역사에서 큰 비극으로 남게 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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