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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원·달러 환율 1500원 턱밑인데…정치 리스크에 백약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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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비상계엄·탄핵 등 불안에 한 달 새 5% 가까이 추락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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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으로 강달러, 세계 영향…주요국 중 원화 더 큰 타격
당국의 환율 개입에도 기세 못 꺾어…전문가 “곧 1500원 넘는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달러당 1500원선을 넘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원화 가치는 한 달 새 5% 가까이 추락하면서 최근 주요국 중 가장 가파르게 떨어졌다. 외환당국 개입도 원화 추락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7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탄핵소추 대상이 되면서 정국 불안이 확대한 영향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주야간 거래 종가는 각각 1467.5원, 1470.5원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대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지난 11월6일, 7개월 만에 1400원대에 진입한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1442원까지 치솟았다. 계엄 해제 이후엔 1410~1420원대로 떨어졌지만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으로 1438.1원(9일)까지 다시 솟구쳤다.

지난 19일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인하’로 1450원선을 넘었다.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며 정국 불안이 가중되자 1480원선까지 돌파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의 재선으로 강달러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지만 원화 가치의 하락세는 유독 가파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29일부터 지난 27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4.96%로 호주 달러(4.32%), 일본 엔(4.03%), 유로(1.24%), 인도 루피(0.92%), 대만 위안(0.70%) 등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혼란이 원화 약세를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약세엔 한국의 높은 무역 의존도·경기 둔화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최근엔 국내 정치 변동성 영향이 워낙 컸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확대 등 다각도로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환율 상승을 막을 만큼 대규모 달러 공급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시장에서 (개입)물량이 시장 참가자들이 경계할 만큼 강하게 일순간에 나와줘야 한다”며 “수급과 대외 인식 모두 원화 약세로 가고 있는데, 외평기금 같은 작은 물량으로 기세를 꺾을 수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50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바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범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원·달러 환율 상방은 정치적 이벤트 전개에 달렸다”면서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의 통화·재정정책의 불확실성이 부각될 시 1500원대 초반까지도 급등할 수 있으며 추가 상단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김경민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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