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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폭우와 절망에 잠긴 가자지구…전쟁 3년 차 추운 새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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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 팔레스타인 아동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침수 피해를 본 텐트 사이로 장작을 나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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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든 상황에서 가자지구 피란민들은 폭격, 굶주림에 폭우까지 겹치며 어느 때보다 추운 새해를 맞았다. 타결될 것 같았던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은 다시 난항에 빠졌다.

1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최근 폭우가 이어지면서 북부 가자시티에서 중부 데이르알발라, 남부 칸유니스에 이르기까지 가자지구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보고됐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머무는 난민촌 텐트 1500개 이상이 물에 잠겼고, 임시로 세워둔 야전병원도 피해를 봤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에 따르면 칸유니스에서만 텐트 100개 이상이 침수됐으며 약 500~700가구가 갈 곳을 잃었다.

주민들은 담요와 집기를 나르며 살림살이를 건졌다. 습한 날씨로 인해 체감기온이 더 떨어졌으며 요리를 위해 장작에 불을 붙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새로운 거처를 찾으려고 해도 건물이 전부 파괴돼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한 주민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이게 삶인가”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밤낮없이 물이 떨어지고 있다. 이건 삶이 아니다. 동물이 살기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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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한 야전병원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폭우로 바닥이 잠기는 피해를 보았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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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날씨도 악조건이다. 국경없는의사회(MSF) 소속 파스칼 코이사르는 알마와시 난민촌에서 “이러한 임시 거처는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물품 반입 제한으로 구호 단체가 담요와 옷을 나눠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가 24시간 넘게 내리고 있다. 몸을 데울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병에 걸리게 되고, 면역 체계를 갖추지 못한 아기들이 가장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지난 며칠 동안 가자지구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유아가 7명이라고 밝혔다. 또한 겨울용 옷과 담요를 각 가정에 전달하고 있으나 공급 대비 수요가 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초부터 포위 작전을 벌이고 있는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주민들이 필수품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가자지구 북부에 진입하겠다는 요청을 이스라엘이 140차례 이상 거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이후 가자지구 북부로 반입된 트럭은 한 대도 없다. 조너선 휘탈 OCHA 국장대행은 “가자지구에서는 인간 생존의 기본이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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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팔레스타인 아동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 해변에 ‘2025’를 쓰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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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아동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 난민촌에서 밤사이 내린 빗물을 양동이에 담아 나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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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논의는 결국 해를 넘겼다. 앞서 협상 문턱까지 다가갔다는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으나,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랍 중재국들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일부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에 동의하지 않았고, 하마스는 전쟁을 완전히 종식할 것을 요구하면서 회담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중재국들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야 양측이 협상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7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내가 재집권하기 전까지 전쟁을 끝내길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신년 행사에서도 하마스를 향해 “인질을 빨리 돌려보내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새해 첫날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은 계속됐다. 이스라엘군이 자발리야 등을 공습해 최소 17명이 숨졌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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