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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웨딩·취업·어깨동무 사진···사연 없는 영정이 없다[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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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닷새째인 2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오열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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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21㎝ 세로 29.7㎝ 크기의 검은 액자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멈춰버린 삶이 담겼다. 가족 희생자들은 가족끼리 어깨동무를 하거나 볼을 맞대고 있었고, 함께 변을 당한 5명의 희생자는 단체로 손가락 하트를 하고 있었다. 젊은 부부 사이 어린이 희생자는 활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참사 닷새째인 2일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 제단에는 179개의 위패가 가족·지인별로 분류돼 있었다. 분류된 위패 옆엔 76개의 영정이 올라와 있었다.

너무 급한 이별에 셀카 사진이나 낮은 화소의 사진이 영정사진으로 쓰이기도 했다. 급하게 컴퓨터그래픽으로 배경을 지우다 머리카락 윤곽이 부자연스럽게 처리된 사진도 있었다.

사진속엔 참사와 함께 멈춰버린 희생자들의 미래도 담겨 분향객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 부부 희생자는 순백의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찍은 웨딩사진을 영정으로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희생자는 단정하게 가르마 탄 머리를 한 취업 사진이 영정이 됐다. 분향소를 찾은 분향객들은 장례지도사의 “일동, 묵념” 소리에 따라 묵념을 한 뒤 이들의 영정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돌아선 그들의 눈은 빨개져 있었고, 자원봉사자들은 휴지를 뽑아 건넸다.

광주광역시에서 왔다는 송현기씨(77)는 “친구의 아들 가족이 변을 당해 분향하러 왔다”며 계속 분향소를 향해 고개를 기웃거렸다. 돌아가신 분의 위패가 너무 많아 친구 아들 가족의 이름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정말 (죽음에 대해) 아무 준비도 없었다는 게 보인다”며 “비행기 마중하러 오신 분도 계셨을 텐데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유명을 달리한 분들이 편안한 곳에서 평안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도 분향객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려 포스트잇 쪽지를 작성했다. 쪽지에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먼 곳에 가셔서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하게 영면하소서” “아픔과 고통 슬픔과 눈물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길 진심으로 빈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지난 1일부터 시민들에게 포스트잇을 전하기 시작한 이근호씨(66)는 “35년 전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하늘의 별이 된 뒤 그 슬픔을 간직하고 살고 있다”며 “슬픈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해 14년 전부터 손편지 운동을 시작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시민들이 전하는 온기가 유가족을 조금이나마 보듬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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