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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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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게 할 걸" 가족의 탄식…여객기 참사 181명 중 179명 사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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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 중 외벽 충돌, 화재…탑승자 181명 중 2명만 구조
시신 훼손 심해 신원 확인 난항…조류 충돌 후 동체 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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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과 충돌사고가 발생,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장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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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무안=정인지·송호영·이윤경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화재 사고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탑승자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여객기는 착륙 직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경고를 받았고 곧바로 조난신호(메이데이)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공항에서 가족을 기다리던 유가족들은 충격을 받고 오열을 금치 못했다.

2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인근 외벽에 충돌했다. 충돌 직후 탑승자들은 기체 밖으로 쏟아졌고 여객기는 불길에 휩싸였다. 소방당국은 오전 9시46분께 초기 진화를 마쳤으나 기체는 후미를 제외하고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175명 중 한국인은 173명, 2명은 태국인이다. 남성은 82명, 여성은 93명이었다. 3세 남아를 비롯해 10세 미만도 5명이었다.

이날 오후 9시6분 기준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 84명, 여성 85명, 확인불가 10명 등이다. 기체 후미에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20대와 30대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탑승자들은 결국 숨진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문과 DNA를 채취해 88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수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항 내 격납고에는 희생자들의 임시 안치소가 마련됐다.

구조된 승무원 2명은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다시 서울 병원으로 이송됐다. 30대 승무원 A 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의료진에게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명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현장에는 소방 490명, 경찰 455명, 군 340명, 해경, 지자체 등 총 1572명이 투입됐다. 해가 저물자 경찰과 소방 차량 등이 분주히 드나들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구급차량도 진입했다. 이들은 사고 수습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정확한 사고 경위 및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무안소방서 관계자는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 신원 확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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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과 충돌사고가 발생,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 당국이 사망자를 수습하고 있다. /무안=박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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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 충돌 경고 후 랜딩기어 없이 동체착륙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이날 오전 1시30분께 방콕에서 출발, 오전 8시30분께 무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무안공항 관제탑은 착륙 직전인 오전 8시57분께 조류 충돌 주의를 줬다. 여객기는 1분 뒤 조난신호(메이데이)를 보냈다. 오전 9시께 여객기는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했다. 여객기는 이어 오전 9시3분께 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 없이 동체 착륙을 하다가 활주로를 지나 인근 외벽과 충돌했다.

무안소방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 및 기상 악화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원인은 추후 관계기관 합동조사 후 발표하겠다"고 했다. 여객기에서 생존한 승무원 중 1명도 구조 당시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후 폭발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을 규명할 음성기록장치는 오전 11시30분께, 비행기록장치는 오후 2시24분께 수거됐다. 다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통상 조사 기간이 상업용 여객기는 짧아도 6개월, 큰 사고는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복합적으로 사고 요인이 있어 규명하는데 장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무안공항 활주로가 짧은 탓에 충돌이 발생했다'는 지적을 두고는 "활주로 길이는 2800m로, 이전에도 유사한 크기의 항공기가 계속 운행해왔다"며 선을 그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인천공항(3750∼4000m), 김포공항(3200∼3600m)보다는 짧지만, 다른 국제공항인 청주공항(2744m)이나 대구공항(2755m)보다는 길다.

사고 여객기는 189석을 갖춘 보잉사의 B737-8AS로 2009년 8월 제작됐다. 15년 기령의 비교적 신형으로 분류된다. 조종사의 비행시간은 기장이 6823시간, 부기장은 1650시간으로 조사됐다. 제주항공 측은 기체 점검·정비나 운항 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활주로를 내년 1월1일 오전 5시까지 폐쇄키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최 권한대행은 "빠른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족분들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무안군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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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과 충돌사고가 발생,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무안국제공항청사에 시간대별 조치사항이 적혀있다. /무안=장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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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족들, 신원 확인 사망자 명단 발표에 절규

가족의 귀국을 기다리던 유족들은 참사 소식에 절규했다. 신원 확인된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유족들은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어떡해', '크게 말해달라' 등을 외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사망자 이름과 생년월일이 불릴 때마다 애끓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한 여성은 "당신 못 잡아서 미안해. 못 가게 할 걸"이라며 자책하고는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딸로 추정되는 다른 여성은 "엄마, 아빠 찾아야지"하면서 서로를 다독였다. 또 다른 여성은 "우리 딸하고 사위가 탔다. 그래도 추운데 안 가 있고 찾아서 다행"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남성은 "친구랑 여행 갔던 조카가 탑승자 명단에 있어 공항에 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일부는 공항에 게시된 사망자 명단에 항의했다. 한 유족은 "신원이 확인되면 개인적으로 유족들한테 문자 보내기로 준비했잖냐. 걸어놓듯이 하는 건 아니지 않냐"며 "개인적인 이유도 있고 전체적으로 명단을 공개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확인되는 대로 그 유족들한테만 연락달라"고 요청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사고 발생 11시간여 만인 오후 7시53분께 유족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게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와 조의의 말씀을 드린다.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한 이번 사고로 많은 분들이 겪으신 슬픔과 고통을 깊이 통감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신속하게 사고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주항공 뿐 아니라 애경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유족 박모 씨는 "서울에서 광주는 1시간40분이면 오는데, 이제야 기어 오냐. 당신이 사람이냐"면서 "그런 썩어빠진 상태로 기업을 운영하냐"고 분노를 터트렸다. 그러면서 "이 사고도 잊혀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석고대죄는 못 할망정 뭐하는 거냐"고 손가락질했다.

이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영록 전남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등도 차례로 사고 현장을 찾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후 8시50분께 현장에 도착, 무릎을 꿇고 손을 잡으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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