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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사설] 국정공백 속 제주항공 추락 참사, 침착·신속한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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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들이 사상자를 찾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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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운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비상 착륙 중에 폭발했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사고기는 랜딩기어(착륙장치)를 내리지 않은 채로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담장에 충돌하는 순간 화염에 휩싸이며 기체가 두 동강 났다.

미국 보잉사가 2009년 제작한 B737-800 기종의 사고기에는 연말 여행을 다녀온 가족 단위 탑승객이 많은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태국인 2명을 제외한 탑승객 대부분이 한국 국적자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항공안전 선진국으로 인정받아 온 만큼 충격이 더 크다. 이번 참사는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 사고(228명 사망) 이후 27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국적기 인명 사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사고기 착륙 직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줬고 조종사는 2분 후 조난신호를 보낸 뒤 동체 착륙을 하다 약 4분 만에 충돌했다. 정부는 조류 충돌을 사고 원인으로 일단 추정했으나, 조류 충돌과 랜딩기어 오작동, 착륙 실패엔 직접적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토부는 “짧은 활주로 탓은 아니다”라고 했고, 제주항공은 “정비 결과 이상 징후가 없었다"고 밝혔다. 항공사고는 진상 규명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섣부른 추측이나 음모론 제기를 자제하고 침착하게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피해자와 유족에게 2차 피해를 주지 않는 길이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때와 같은 사회적·정치적 분열과 정부·책임 당사자의 책임 회피가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공석인 채로 국가적 대형 재난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은 참담하다. 정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중심으로 사고 수습과 유족 지원, 진상 규명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사고 직후 여야는 대책 기구를 당내에 각각 두기로 하는 등 초당적 협력·대응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불법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시국에 여야가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일만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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