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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숏폼·AI… 새로운 영화 형식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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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낚시'·'4분 44초', 극장가 찾은 숏폼 영화
생성형 AI로 만든 '나야, 문희'
한국일보

'밤낚시'는 손석구가 주연을 맡은 휴머니즘 스릴러 영화다. '밤낚시'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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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이 극장가를 찾았다. 숏폼 작품이 영화관을 채웠고, 배우의 디지털 초상권을 정식으로 계약해 만든 AI 영화가 관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여러 포맷의 영화들은 객석을 웃음과 감동으로 물들였다.

2024년의 극장가, 다양한 즐길거리


숏폼은 최근 극장가에서 각광받고 있는 형식이다. 지난해 6월에는 배우 손석구가 주연을 맡은 휴머니즘 스릴러 영화 '밤낚시'가 개봉했다. 러닝타임은 12분 59초였다. 44분 동안 상영되는 공포 영화 '4분 44초'는 지난달 관객과 만남을 시작했다. '밤낚시'는 1천 원에, '4분 44초'는 4천 원에 티켓을 판매했다. 두 작품은 모두 4만 관객을 돌파했다. 유튜브 등으로 대중이 숏폼에 익숙해져 있는 가운데, '밤낚시' '4분 44초' 또한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AI 영화도 등장했다. 러닝타임 17분 29초의 '나야, 문희'는 나문희의 디지털 초상권을 계약해 만들어졌다. 나문희의 음성, 영상을 바탕으로 산타 문희, 문어 문희, 바이커 문희 등 다양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작품 측은 "스타 배우가 참여하여 실제로 연기한 것이 아니라, 생성형 AI로 만든 영화가 극장에 개봉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짚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즐길거리가 존재했다. 향기가 나오는 특별관은 2024년 개봉작들과 시너지를 이뤘다. 윌리 웡카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는 과정을 그린 '웡카'에는 달콤한 간식과 관련된 장면이 수차례 등장한다. CGV 측은 4DX의 새로운 향기 효과로 론칭된 초콜릿 향으로 관객들에게 특별한 관람 경험을 선사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4DX 포맷의 매캐한 냄새 효과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숏폼·AI 영화, 앞으로도 계속될까

한국일보

나문희의 음성, 영상을 바탕으로 '나야, 문희' 산타 문희, 문어 문희, 바이커 문희 등 다양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나야, 문희' 스킬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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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과 AI 영화의 존재감 발산이 계속될 수 있을까. 배우들은 AI가 자신의 자리를 대체할 것을 걱정하고, 많은 영화 관계자들은 숏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노철환 교수는 "짧은 형식의 영화를 극장에서 저렴하게 상영하는 흥행 모델이 개발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으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숏폼이 1920, 1930년대에 시도됐던 모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A급 영화를 트는데 그것만 보여주면 아쉬워하니 저렴하게 만든 B급 영화를 동시 상영했다. 영화를 두 편 볼 수 있는 만큼 미국 영화가 인기를 끌게 됐다. 프랑스는 나라에서 지원해 좋은 단편 영화를 만들게 했고, 장편 영화와 묶어 상영했다. 단편 영화와 장편 영화가 함께 상영되는 시스템은 1950년대, 1960년대에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에 의하면 디즈니의 장편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짧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당시의 흔적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현재의 극장가는 장편 영화를 중심으로 하게 됐다. 노 교수는 "극장의 위기 속에서 (업계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방법을 찾으며 게임, 스포츠, 콘서트 등을 영화관에서 상영하다 '짧은 영화를 저렴하게 공개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밤낚시'는 이름값이 있는 배우 때문에 성공한 예외적인 사례라고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극장가를 찾을 때는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의 가성비도 고려하는데, 짧은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극장까지 가는 긴 이동 시간을 아깝게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AI 영화의 미래는 어떨까. 노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며 AI 영화가 분명히 나올 테지만 그게 상업 영화 분야에서 실사의 특수 효과 작품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AI 영화가 각광받는 이유는 '경제성'이다. 실사 영화를 찍는 쪽보다 AI 영화를 찍는 쪽이 인력, 시간,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노 교수는 "AI가 음악도, 스토리도 만들어 줄 거다. AI 영화가 1인 제작 기법의 초저예산 영화 일환이 되겠지만 주류로 자리할 수는 없다. 개인의 창작으로 모든 것을 감당한 영화가 수많은 대중의 기호를 맞출 수 없다. 더불어 산업화가 될 수도 없다. 영화 제작에 큰돈이 들기에 많은 사람이 참여해 돈을 벌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창작자가 혼자 AI 영화를 제작하고, 작품을 저렴하게 산 배급사가 저렴하게 배포한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서너 명밖에 없는 거다. 돈을 많이 쓰고 많이 버는 구조가 돼야 산업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물론 새로운 형식의 영화가 극장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2024년을 빛내는 것을 넘어 앞으로도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AI 영화의 기술력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데다가, AI 배우가 인간의 감정을 인간만큼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25년의 극장가에는 어떤 즐길거리들이 등장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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