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의 신에너지 정책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2기가 출범한다. 이를 앞두고 ‘트럼프 2.0 시대’의 에너지 정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신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친환경 에너지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단기적으로 화석연료 중심으로 전환하고 중장기적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 변화를 사실이 아니라고 치부하고 사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는 2017년 대통령 취임 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해야 하는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사실 미국은 트럼프 퇴임 몇 달 전인 2020년에야 협정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할 수 있었다. 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1호 공약으로 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파리기후협약에서 다시 한번 탈퇴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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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량 제한해야 하는
파리기후협약 다시 탈퇴할 듯
고용 창출 효과, 경제성 따지면
재생에너지 급격 축소 어려워
SMR 중심 원전산업 육성 방침
인허가와 안전성 등 갈 길 멀어
트럼프 정부의 정권 인수팀이 전기차 지원(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줄이고 수입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인수팀은 전 세계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해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려 한다. 이후 동맹국과 개별 협상으로 예외를 부여하려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IRA를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 “정신 나간 돈 낭비”라고 비난했다. 다만 공화당 현역의원의 선거구 80%에 배터리 제조 공장과 전기차 공장이 들어서 있어 혜택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IRA 전면 폐기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1기 때도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행정부 모든 정책의 원칙이었다. 에너지 정책 또한 ‘미국 최우선 에너지계획(America First Energy Plan)’이란 이름으로 발표됐다. 1기 때처럼 2기에서도 연방환경보호청(EPA)의 역할을 행정명령과 의회심사법 등을 활용해 제한하고 에너지부와 국무부, EPA 등 미국의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정부부처와 기관의 수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한 인사들로 채웠다. 앞으로 다가올 트럼프 2기 시대의 에너지 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공화당 지지 지역, 재생에너지 비중 커
첫째, 화석연료로 재생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하는 정책은 가능하지 않다. 트럼프 신정부는 셰일 혁명으로부터 출발한 석탄과 석유 산업 지원에 관한 규제 완화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를 위한 생산과 수출 인프라 확충에 초점을 둘 것이다. 그럼에도 화석연료 사용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탄소 포집 및 저장(CCUS) 기술 투자 등에 정책 지원을 함으로써 관련 산업이 육성될 여지는 크다. 트럼프 2.0은 재생에너지 문제를 완전히 도외시하기 힘들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차준홍 기자 |
우선 재생에너지와 비교하면 화석연료의 경제적 대가(균등화 발전 비용·LCOE)가 높아졌다. LCOE는 발전 설비의 전 수명 주기(건설~폐기)에 걸친 비용을 집계한 것으로 발전 단가의 기초다. 발전원의 경제성 분석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표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추가비용을 고려하면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 화석연료가 재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으로서의 효용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주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화석연료의 에너지 산업별 고용 창출 효과도 재생에너지 분야에 비해 낮다. 그 결과 화석연료의 내수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텍사스 등 공화당 지지가 높은 지역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다.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와 화석연료의 급진적인 전환 추진은 그만큼 정치적 부담이 크다. 세계적으로 정부 주도로 신재생 에너지 확충이 가속하고 있으며, 민간기업 주도의 ‘재생에너지 100’(RE100) 충족을 위한 재생에너지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화석연료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 산업의 수요를 맞추고 국외 수출을 통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면서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전, 효과적인 AI 발전원 활용 가능
둘째, 원자력을 에너지 안보와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0 시대에 원전 산업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을 것이다. 특히 ‘미니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을 중심으로 한 원전 산업 육성 방침 공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MR은 모듈화 공법을 통해 대형 원전보다 설비 면적과 설치 기간에서 혁신적 에너지 효율화와 효과 개선을 추구한다. 많은 전력이 필요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효과적이며 화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원의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어 군사기지와 우주 탐사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차준홍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SMR 개발·건설에 잇달아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구글은 지난 11월 미국 SMR 기업 카이로스파워와 500메가와트(㎿) 규모의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500㎿는 수십만 가구가 사는 중소 도시의 전력 소비량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가 짓고 있는 원전 6~7곳에서 AI 데이터 센터용 전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뉴스케일(NuScale) 조차도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 인증을 일찍이 취득했지만, 미국 유타주에서 경제성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는 현실을 냉정히 바라봐야 한다. 뉴스케일이 참여한 루마니아 사업에서도 인·허가 취득에 긴 시간과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다. LCOE와 일자리 창출 효과 차원에서도 재생에너지 산업 분야보다 못하다. 본격적으로 상업화하는 데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에너지 정책 우선순위, 값싼 전력 확보
셋째, 중국에 이은 전 세계 탄소배출 2위국이자 다자주의 무역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과감한 재정 지원을 결단할 수 있을지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미국의 양보와 지원 및 여타 탄소 다배출국의 공동 책임을 압박할 결정타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계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합의는 강제력은 없지만, 도덕적 명분이나 국제 사회의 체면 요소로 그 효력을 유지했다. 미국이 빠지면 COP의 명분과 실질적 효력은 약하다.
결국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며 값싼 전력을 확보하고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그 결과는 전력 수요와 공급 관점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새로운 개념의 ‘에너지 믹스’ 전략으로 탄생할 것이다. 화석연료는 에너지 가격이나 일자리 창출 같은 경제성 효과는 낮다. 그럼에도 셰일 혁명을 통해 미국 내에서 에너지를 추가 확보할 환경을 활발하게 조성할 것이다. 석유화학산업의 원재료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해외 수출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을 설정할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버리는 카드 아냐
SMR 기반의 원자력 발전은 중장기적으로 저탄소 발전원으로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할 기저부하 발전원으로 활용하고 AI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사용 밀도가 높은 설비나 지역에 활용할 수 있다. 인·허가와 안정성 및 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활용 저변을 확장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인·허가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는 이미 가격이나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효과와 친환경 효과 등에 있어 화석연료와 SMR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글로벌 기후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가장 확실한 솔루션으로 공공이나 민간 분야 전반에 걸쳐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공화당 우세 지역의 재생에너지 비중도 커 급진적인 정책 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트럼프 신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믹스’ 전략은 화석연료 중심의 일방향 정책보다는 각 분야의 장점을 조합해 최선의 이득을 창출하는 시도로 이해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 과정에 신재생 에너지는 버려지는 카드가 아니다. ‘값싼 전력(에너지)’을 확보하고 고용 창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최선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우리 정부도 인식해야 한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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